[글로벌 포커스-이희옥] 중국 浮上과 남중국해의 격랑
입력 2011-08-09 17:40
중국 다롄의 조선소에는 시험항해를 목전에 둔 최초의 항공모함 건조가 막바지 작업 중이다. 이 항공모함은 영유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 남중국해로 순항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동남아에는 ‘중국발’ 격랑이 일고 있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은 7월 중순 미군과 합동훈련을 실시했고 응우옌떤중 총리는 1979년 중국과의 전쟁 이후 처음으로 전시에 준하는 징병명령에 서명했다. 이어 러시아제 잠수함 6척을 도입하는 잠수함 여단 창설 계획을 발표했으며, 남중국해를 마주보고 있는 군사요충지인 냐짱(Nha Trang) 군항에 인도 군함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힘의 비대칭성을 지닌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전략을 총동원했다.
‘힘의 외교’ 펴는 중국위협론
또 하나의 분쟁국인 필리핀은 일찌감치 미국의 힘을 빌리는 편승전략을 택했다. 중국과의 양자대화에 부담을 느낀 필리핀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을 통한 해결을 강조하는 한편 미국의 안보우산 속으로 깊이 들어갔다. 6월부터 미국에서 건조한 해밀턴급 순찰함을 이 지역에 투입했고, 7월 20일에는 하원의원 5명이 자국이 점유 중인 파가사섬에서 국기 게양식을 가졌다.
이어 필리핀광산회사 필렉스가 남중국해 리드뱅크 가스전 시추작업을 위해 지질 조사에 나섰다. 친미국가인 필리핀은 이러한 외교적 시위를 통해 동남아 국가들에 ‘중국위협론’을 환기시키고 있다. 여기에 동아시아로의 복귀를 선언한 오바마 정부도 중국을 이대로 두고 남중국해를 결코 떠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도 즉각적이고 단호했다. 중국 외교부는 난사군도와 그 주변 해역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중국의 영토이며, 주권이 침해당할 경우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7월 초에는 하이난성의 어업지도선이 처음으로 난사군도 순찰업무에 나섰다. 이처럼 중국은 에너지 안보 등 사활적 이해가 걸린 영토주권 문제 앞에서 그동안 동남아에 공들여 왔던 ‘매력공세’도 접고 ‘힘의 외교’를 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주권은 모든 것을 압도한다’는 외교노선을 천명하고 있다. 타협이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한 핵심이익 지역인 대만, 티베트, 신장위구르, 댜오위다오(釣魚島) 문제에 대한 비타협적 태도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다만 아직까지 중국은 난사군도를 핵심이익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에 등을 돌릴까 우려하고 있고 미국이 개입하면서 미·중 관계가 악화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난사군도가 핵심이익인가에 대한 질문에 중국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딜레마 때문에 중국은 8월 1일 베트남과 회담을 통해 2002년 합의한 ‘남중국해 행동선언’에 따라 일단 평화적 해결에 합의했다. 중국은 비록 “주권은 우리에게 속한다. 쟁점은 남겨놓고 공동으로 개발한다”는 원칙을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으나, 순응보다는 지정학적 조건을 활용한 베트남의 균형전략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사안별 맞춤형 전략 세워야
이러한 남중국해 문제는 강 건너 불이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이익이 남중국해에서 첨예하게 부딪히면 우리에게도 선택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동참하도록 우리에게 제안할 것이고, 중국은 중국대로 ‘당사국 간 대화를 통한 해결’을 요구하면서 우리의 태도를 지켜볼 것이다.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를 동시에 발전시켜야 하는 우리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무엇에 순응하고 무엇에 대응할 것인지 원칙을 세우고 사안별로 정교한 맞춤형 전략을 준비하는 한편 근본적으로 지역협력을 통해 국가이익을 확보하는 지혜도 찾아야 할 것이다.
이희옥 성균관대 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