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시장 공포 줄일 선제 조치 있어야

입력 2011-08-09 17:41

미국 신용등급 강등과 더블딥(이중 경기침체) 우려,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 금융시장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요동치고 있다. 특히 한국 코스피지수는 9일 장중 180포인트 이상 폭락하며 1700선마저 붕괴됐다. 막판에 낙폭을 상당히 만회했지만 바닥 모를 지수의 방향성을 예측하기는 불가능한 장세였다.

시장의 공포를 줄이기 위해서는 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없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지난 3월 말 현재 3819억 달러를 기록한 우리나라 총 외채는 증가세로 미뤄 7월에는 4000억 달러를 넘을 전망이다. 이는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이르는 것으로, 매우 부담스런 규모다. 7월 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3110억 달러, 3월 말 현재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외채는 1467억 달러에 달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외환보유액은 훨씬 많고, 단기외채는 훨씬 적은 상태다.

그렇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 은행 외채 1919억 달러 중 단기외채 비중은 60%로 여전히 높고 외국은행 지점들의 단기외채 비중은 80%를 웃돌고 있다. 외국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면 일시적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외국계 투자자금 이탈→환율 상승→외채 상환 부담 가중→외화 조달 차질→외환 수급 불균형에 따른 난국이 올 수도 있다. “내가 은행에 세 번이나 속았다”고 경고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금융기관에 대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따지는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 금융기관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고 금융 부문의 대외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차제에 외환보유액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충분한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시장 규모에 비해 금융거래가 대폭 자유화된 우리나라는 주식시장이 대외변수에 크게 좌우된다. 이런 점에서 김 위원장이 “기관들이 시장 수호를 위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와 쌍벽을 이루는 기관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줄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관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는 제도는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단기 투기자금의 급격한 유출·입을 규제하기 위한 대책도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개인 투자자들도 투기 장세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행태를 자제해야 한다.

정부는 국제공조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국제금융시장의 충격은 어느 한 나라의 노력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독자생존을 위해 시장경제의 근간을 해치는 조치를 취하면 자칫 공멸할 수도 있다. 정부는 금융시장 상황을 주도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필요하면 주요 20개국(G20) 재무장·차관 화상회의, 양자 전화통화 등을 통해 국제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9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주재하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신뢰를 회복하는 조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 미국이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