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판국에 예보기금까지 흔들려는 건가
입력 2011-08-10 00:35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산하 피해자구제대책소위가 영업정지 된 12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에 대해 이르면 내달 중 보상할 방침이라고 한다. 개인 예금주의 경우 6000만원까지는 피해 금액을 전액 지급하고, 600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도 60~95%를 보상키로 했다. 이에 필요한 2800억원 규모의 재원은 예금보험기금에서 충당할 계획이다. 하루아침에 돈을 날린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애끓는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가 된다. 힘 좀 쓴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원금을 찾아갔고, 금융 당국의 감독 실패가 저축은행 사태를 가져왔으니 피해자들의 울분이야 오죽하겠는가.
그렇더라도 특위 행태는 과하다. 예금보험기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5000만원까지의 예금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보상한다면 과거 저축은행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저축은행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예금보험기금 사용분을 사후 정산한다지만, 앞으로 유사 사례가 발생할 경우 예금보험기금으로 선지급해야 하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보상 한도를 늘리면 예금보험기금 제도 자체가 흔들려 금융시장에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특위가 국회에 제출키로 한 특별법은 소급입법으로 위헌 소지가 있다.
특위가 무리수를 둔 이유는 저축은행 피해 지역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또 다른 표(票)퓰리즘이다. 여하튼 여야 합의로 특별법이 이달 중 국회에서 처리돼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표만을 의식한 인기영합주의 발상으로 법치와 원칙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