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그의 빈자리, 그리움 젖은 책 한권으로 채우다… 하용조 목사가 남긴 저서들

입력 2011-08-09 17:43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는 이제 이 땅에 없다. 그러나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그를 만날 수 있다. 고인이 행했던 설교와 강연이 동영상으로 남아 있다. 읽기와 쓰기를 좋아했던 고인의 책들은 그의 목회와 선교 철학, 삶의 태도 등을 후세에 전해 줄 것이다. 또한 하 목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도 적지 않다. 그는 이 땅의 문서선교 확장을 위해 두란노서원을 만들었다. 두란노에서 나온 하 목사 관련 책들을 통해 고인을 다시 생각해 본다.

‘하용조 목사 이야기’(문성모 지음)는 고인에 대한 거의 모든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 책이다. 서울장신대의 문성모 총장이 쓴 일종의 ‘하용조 평전’이다. 설교자와 목회자, 선교사 등으로 구분해 하 목사를 평했다. 책을 읽다 보면 하 목사가 어떤 방식으로 온누리교회를 세워나갔는지, 그의 설교 스타일이 무엇인지, 왜 그가 선교에 목숨 걸었는지를 자세히 알 수 있다. 하 목사와의 인터뷰 내용과 각계의 25인들이 말하는 고인에 대한 이야기들도 담겨 있다. 고인은 감사의 말에서 “나는 한 번도 온누리교회 같은 대형 교회를 꿈꾼 적이 없다”면서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했다. 표지의 다양한 하 목사 관련 사진들이 정겹고 눈물겹다. 여전히 그를 곁에 두기 원한다면 한 권씩 소장하면 된다.

‘나는 선교에 목숨을 걸었다’와 ‘사도행전적 교회를 꿈꾼다’에는 하 목사가 ‘사도행전 29장’(Acts 29)을 쓰겠다며 선교에 평생 매진한 내용이 실려 있다. 그에게 선교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또한 온누리교회는 물론 이 땅의 교회가 어떤 교회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그의 간절한 염원이 담겨 있다. 하 목사에 따르면 사도행전적 교회는 선교적 교회다. 파송하는 교회이며 영적 영향력을 사회에까지 미치는 교회다. 그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거부할 수 없는 하나님의 초대와 지체할 수 없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합시다. 선교에 목숨 겁시다.”

목회자들과 신학생들은 특히 그가 쓴 ‘설교 사전’을 구비해 둘 필요가 있다. 설교에 도움을 주는 하 목사의 1500여개 단편 메시지들이 100여개의 주제로 분류돼 있다. 그는 따뜻한 사랑의 소유자다. ‘사랑’이란 항목을 살펴보면 ‘사랑은 한순간의 열정이 아니라 하나님의 의지’란 말이 눈에 들어온다. 끝까지 사랑하는 하나님의 사랑이 스타카토식의 사랑에 익숙한 세상의 사랑과 날카롭게 대비된다. 이제 하 목사가 이 땅을 떠났기에 설교자들은 마틴 로이드 존스, 스펄전, 본회퍼 등을 인용하는 것과 같이 거리낌 없이 고인의 메시지를 차용할 수 있다.

‘행복한 아침’은 365일 묵상집이다. 고인은 생전에 “행복은 무엇을 얻었느냐에 있지 않고 누구와 함께 있느냐로 결정된다”면서 “주님과 함께 행복한 아침을 맞이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이 묵상집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면 그의 빈자리에 깃든 허전함을 살짝 달랠 수 있을 것이다. 두란노는 9월 출간 예정으로 고인의 또 다른 묵상집을 준비 중이었다. 미리 정해 둔 제목이 아련하다. ‘감사의 저녁’. 행복한 아침에서 시작해 감사의 저녁으로 끝난 인생, 그것이 바로 하 목사의 삶이었다. 우리네 인생도 그리 돼야 하지 않을까.

이 밖에 ‘광야의 삶은 축복이다’ ‘사랑하는 그대에게’ 등도 있다. 수많은 강해설교집도 남겼다. 생전에 그는 기자에게 몇 차례 직접 쓴 수십 권의 큐티 노트를 보여주었다. 손때 묻은 노트였다. 그가 말했다. “나의 힘은 바로 저기서 나옵니다.” 새삼 그가 ‘선한 목자’ ‘하나님의 음성에 순종하기에 진력한 목회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고 하용조 목사, 그는 책을 남겼다. 그 책들이 한국교회의 길을 열어주고 터널 끝 한줄기 빛이 되리라.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