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문화를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공정여행플래너 김시온

입력 2011-08-09 16:21


[미션라이프] “하나님을 사랑하고 예배한다면서, 또 예수의 제자라고 주장하면서 그분의 소유인 이 땅에 관심이 없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는 것이 나는 너무나 불가사의다. 그들은 이 땅이 오용되는 현실에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낭비와 소비의 생활방식으로 이 땅의 오용에 동참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 ‘하나님의 선교’ 중)

관광경영을 전공한 김시온(26) 착한여행 국외여행팀장은 ‘공정여행 플래너’란 직업을 택했다. 이 땅을 지키는 ‘하나님의 청지기’란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직업이라 봤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서울 갈월동 착한여행 사무실을 찾았다.

42명의 대학생 봉사단을 이끌고 캄보디아에서 하루 전에 도착했다는 그는 한눈에 봐도 여독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검게 탄 피부와 눈 밑의 다크서클은 공정여행이 말처럼 아름답지만은 않은 일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공정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하자 금방 생기를 되찾았다. 눈은 빛나고 말의 속도도 빨라졌다.

“책임여행, 에코투어, 생태관광 등 여러 가지 분류가 있지만 현지인들의 생태를 개선하는 게 공정여행이 아닐까 싶어요. 해외자본으로 건립된 리조트는 현지 주민의 터전을 없애고 소득격차를 만들어 냅니다. 이런 불균형을 줄이고 환경을 고려하는 여행을 안내하는 게 제가 하는 일입니다.”

김 팀장은 현재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 등 메콩강 유역을 맡고 있다. 공정여행 플래너답게 여행을 기획할 때도 남다르다. 환경파괴는 줄이되 재미있는 프로그램으로 교육과 흥미를 동시에 추구한다. 라오스·베트남 소수민족 마을에서는 홈스테이, 전통춤 배우기, 가내수공업으로 천연염색 체험하기, 현지 NGO와 연계해 현지 아이들에게 책 파티 열어주기 등이다. 덤핑이나 옵션 쇼핑은 뺀다. 수익을 최대한 현지인과 시민단체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다. 이것은 그가 공정여행에 관심을 갖게 된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공주대 관광경영학을 졸업한 김 팀장은 여행이 적성에 잘 맞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공부할수록 기존 여행사의 문제점이 눈에 들어왔다. 취업한 선배들도 고충을 토로하며 비관적인 전망만 내놨다. 진로를 고민하던 중 유명 여행사 공모전에 도전하기로 했다. 공정여행이라는 주제로 장학생을 뽑아 입사 특전 및 해외여행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대학 시절 여행사 창업동아리를 교수와 함께 창립했던 그는 무난히 당선됐고 태국과 라오스를 다녀왔다. 이 여행이 그의 진로를 바꿔놓은 것이다.

“신앙이 진로선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죠. 여행업을 해야겠는데, 환경과 현지인에게 피해를 주는 기존 여행사의 전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왕 할 거면 여행문화를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에 공정여행사에 지원했죠.”

공정여행을 직업으로 삼은 그의 신앙관은 생활영성이다. 삶 자체만으로 그리스도인의 표본이 되고 싶어서다. 해외로 현지답사를 갈 때는 한인 선교사가 세운 교회를 일부러 찾는다. 5개월 전부터는 컴패션을 통해 필리핀 7세 아이를 후원하고 있다. 앞으로도 새로운 여행지에서 맞닥뜨릴 새로운 필요와 현지인 친구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새로운 문화가 있는 새로운 나라에 가서 현지인을 만나 친구가 되는 것에 사람들은 큰 매력을 느낍니다. 불쌍한 사람이 아닌 친구를 돕는다는 생각으로 기부를 하죠. 돌아와서도 현지인과 연락하거나 아이들에게 학용품을 모아 전달해주는 분들이 계십니다. 나누는 기쁨을 여행을 통해 배우기 때문이죠.”

2년 전 그가 입사할 때 등장하기 시작한 공정여행. 그는 이 공정여행이 이젠 ‘대세’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여행사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에다가 불편함마저 감수해야 하지만 점점 많은 사람들이 공정여행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을 고민하는 기독 청년들에게도 자신있게 권했다.

“믿는 친구들이 공정여행 같은 사회적 기업 문화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정말 다양한 분야가 있거든요. 무엇보다 하나님의 청지기로서 살기 원하는 청년들이라면 꼭 도전해보세요.”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