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읽기] 한치 앞 안보이지만 희망은 있다
입력 2011-08-09 17:57
주식시장이 더블딥과 미국의 고용지표에만 주목하고 있는 사이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하향됐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향을 호불호의 이분법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악재로 해석하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무디스는 지난 4월과 7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각각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또 지난달 14일에는 S&P가 등급 전망이 아닌 국가신용등급의 직접적인 강등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알리는 조치들이 이미 수 차례 있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시장은 그럴 때마다 ‘주가 약세, 금리 상승’의 반응을 보였다. 시장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미리 반영해왔다는 뜻이다. ‘미국 국가신용등급, 사상 초유의 하향’이라는 헤드라인에 너무 매몰되는 것을 경계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잔존하는 미국 더블딥 우려와 여전히 진행 중인 유럽의 재정 리스크, 그리고 사상 초유의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향 등 대형 악재들이 시장을 거세게 옥죄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서도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연착륙의 가능성을 알리는 지표들이 서서히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봉합하려는 국제사회의 의지도 견고하다. 그리고 국가신용등급 하향이라는 후행적인 재료가 이미 상당한 충격들을 반영한 주가 수준을 더 낮추지는 않을 것이다.
남은 것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의 문제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를 사들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러한 부분들이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반영되지 못했고, 여러 정책적인 대안들도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들이 제기되면서 투자심리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부분들이 실망감으로 작용하면서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당분간 변동성이 큰 증시 흐름을 예상한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연속적인 지수 급락으로 인해 기술적인 반등을 예상해 볼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정책 신뢰성 회복에 따른 투자심리 안정이 급선무라고 본다. 현 시점이 어려운 시기인 것은 분명하지만 투매에 동참하기보다는 관망하면서 반등에 대비하는 단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안병국 대우증권 투자 분석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