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의 분노 황제는 할 말을 잃었다… 우즈에 버림받은 윌리엄스, 스콧 챔프만들기 성공

입력 2011-08-08 20:04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마지막 날 경기가 열린 7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 골프장 남코스. 2위와 4타차로 앞서 있어 우승을 사실상 확정지은 애덤 스콧(31·호주)이 마지막 18번홀로 걸어가자 팬들은 뜻밖에도 캐디인 스티브 윌리엄스(48·뉴질랜드)의 이름을 연호했다. 대회를 중계하던 미국 CBS 방송은 경기 후 극히 이례적으로 윌리엄스도 따로 인터뷰했다. 윌리엄스에 쏠린 팬들의 관심이 컸다는 증거였다.

윌리엄스는 대회가 열린 한 주간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 달 타이거 우즈로부터 해고당한 뒤 부상에서 재기한 우즈와의 첫 만남이었기 때문이다.

윌리엄스는 1999년부터 12년간 우즈와 호흡을 맞춰 메이저대회 13승을 포함, 72승을 함께 일군 캐디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다. 또한 특급대회인 이 대회에서는 우즈의 7회 우승을 모두 보좌한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우즈는 지난달 말 “변화를 줄 시점이 됐다”며 윌리엄스와 결별을 선언하고 이번 대회에서는 자신의 친구인 브라이언 벨에게 골프백을 맡겼다.

윌리엄스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캐디인생 33년만에 최고의 한 주”라며 자신을 버린 우즈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아직 윌리엄스는 우즈에 대한 서운함이 완전히 가셔지지 않은 듯 하다. 해고 통보에 대해서도 둘의 주장이 엇갈린다. 우즈는 7월초 자신이 주최한 AT&T 내셔널대회 마지막 날 면전에서 해고통보를 했다고 하는 반면 윌리엄스는 전화로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대회 1라운드에서 스콧이 8언더파 62타의 좋은 성적을 냈지만 오히려 “62타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며 스콧을 채찍질한 윌리엄스는 결국 자신을 해고한 우즈를 무려 18타 차(공동37위)로 따돌리며 화끈한 설욕전을 펼쳤다.

스콧은 새로운 캐디 덕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등 세계 6대 골프투어 단체가 공동주최하는 WGC 대회에서는 처음 우승을 차지하며 상금 140만달러를 받았다. 미국 무대에서는 8번째 우승이다. 한국의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는 4라운드에서 4타를 줄여 합계 10언더파 270타로 공동 6위에 올라 메이저대회를 포함한 특급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스콧과 챔피언조에서 동반플레이를 펼치며 최연소 우승을 노렸던 이시카와 료(19·일본)는 1타를 줄이는데 그쳐 공동 4위(12언더파 268타)에 만족해야 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