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안보인다”… 비상 깜빡이 켠 자동차·전자업계

입력 2011-08-08 19:49


미국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국내 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미(對美) 수출 비중이 큰 전자·자동차 업계와 중공업계는 수출 타격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업들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불안정한 환율에 미국발 경제위기까지 더해져 삼중고(三重苦)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신용등급 하락으로 미국 내수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곳은 전자업계다. 삼성전자·LG전자 등에서 생산한 TV·가전·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의 30%는 미국으로 수출된다. 업체들은 상황을 지켜보면서 원가 절감과 비용관리를 체계화하는 방법으로 경기 변화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8일 “제품을 수출할 때 경유지 체류시간을 줄이거나 재고 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등 전체적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해 비용을 줄일 것”이라며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관리 부분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동차 업체들은 당초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원화가치 하락, 미국 달러가치 상승) 현재로서는 수출시장이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긴축재정을 펼칠 경우 내수시장이 위축돼 자동차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우선 원가절감과 고효율 제품 출시로 가격 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 아래 부도 위기를 겪은 국가와 미국의 향후 소비와 금융정책 방향을 분석하고 있다”며 “자동차 판매 때도 인센티브 확대보다 구입 후 보장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해 수익성을 높이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 소비가 위축되면 소비량에 즉각적으로 변화가 나타나는 전자·자동차 부문과 달리 중공업계는 판단을 미루고 좀 더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미국발 위기가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지금 상황에서 감히 누가 예단하겠느냐”며 “아직은 달러화가 약세가 되면 우리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생각하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낙관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미국 내수시장이 충격을 받아 소비가 위축되면 전 세계 물동량에 영향을 미쳐 해운 경기가 위축되고, 조선업계에도 중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7일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자료를 통해 “신용등급 하락으로 미국 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미국의 경기회복이 둔화될 수 있다”며 “소비수요 위축에 따라 우리의 미국 수출 증가세도 주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또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려면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반응과 실물경제로의 파급 여부를 더 살펴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임세정 기자, 이용웅 선임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