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軍, 시위 강경진압 확산… 무차별 발포로 희생자 급증

입력 2011-08-09 00:51

이슬람의 성월(聖月) 라마단의 평화 메시지도 시리아에선 무용지물이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경제위기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틈을 타 대공세를 벌이는 형국이다. 시리아군이 무차별 진압을 벌이면서 희생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시리아의 동맹이었던 중동 국가들조차 유혈사태를 관망하던 자세에서 비난으로 태도가 돌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시리아 유혈사태 확산=7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 동부 최대 도시인 데이르 에조르에서 정부군의 중화기 공격으로 최소 42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현지 인권운동가들은 “기관총을 비롯한 중화기 공격을 받았다”며 “9일간의 포위로 의약품과 식량, 석유도 바닥났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탱크 200대가 이날 새벽 원유도시 데이르 에조르로 진격했으며 건물마다 저격수가 배치됐다고 전했다.



군의 무차별 공격은 다른 지역에서도 계속됐다. 다마스쿠스 서부 홈스주 훌레에서는 군이 탱크 25대를 앞세워 군사작전을 벌이면서 17명이 숨졌고, 북부 이들리브에서도 군이 시위 사망자 장례식에 모인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해 10명이 사망했다.



하마에서는 라마단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탱크 100여대가 도시를 포위한 이후 1주일 동안 300여명이 사망했다. 라미 압둘 라흐만 시리아인권관측소 소장은 “군이 전기와 통신을 모두 끊었다”면서 “병원 인큐베이터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아기 8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중동 국가들도 시리아 비난성명 발표=유혈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자 중동 국가들도 시리아를 비난하고 나섰다.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시리아 정부에 항의해 시리아 대사를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압둘라 국왕은 알 아라비야 TV에 나와 발표한 성명에서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면서 “유혈사태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쿠웨이트 정부도 8일 시리아 주재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모하메아 알사바 쿠웨이트 외무장관은 “걸프협력협의회(GCC) 외무장관들이 시리아 사태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조만간 회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동 22개국이 참여한 아랍연맹도 “시리아의 현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폭력사태를 즉시 중단하라”고 밝혔다. GCC도 전날 성명을 내고 시리아 정부의 과잉 폭력 진압을 비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연맹은 최근까지 시리아를 지지해 왔다는 점에서 이들의 지지 철회는 아사드 대통령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