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중확률 수백만분의 1 ‘골든BB’… 美軍헬기 운없이 당했다
입력 2011-08-08 21:17
아프가니스탄에서 38명의 사망자를 낸 미군 치누크(CH-47) 헬기는 탈레반의 ‘골든BB’에 격추됐다고 미국 시사주간 타임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골든BB란 장난감총에 사용되는 BB탄도 과녁에 명중하면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는 뜻으로 헬기나 비행기 같은 비행체가 총이나 로켓포에 정통으로 맞아 파괴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실제로 골든BB가 될 가능성은 수백만분의 1로 매우 낮다. 때문에 골든BB는 운 좋게 명중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단순히 우연이라고 하기엔 위험 요소가 내재돼 있었다고 타임은 지적했다.
네이비실 요원을 태운 치누크 헬기는 밤에 이동했다. 은밀히 기습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이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시간이기도 하다. 헬기는 낮게 천천히 비행했고 그 때문에 탈레반의 로켓포가 쉽게 조준할 수 있었다.
헬기는 고정된 날개가 있는 다른 비행체에 비해 방어에 취약하다. 헬기는 느리고 구조적으로도 충돌이나 폭발이 있을 때 큰 사고가 나기 쉽다 지난 10년간 아프간에서 기계고장, 조종미숙 등의 헬기사고로 사망한 미군은 전체 사망자의 10%에 달한다.
그럼에도 헬기를 투입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프간의 지형조건 때문이다. 산악지대인 아프간에서 교전하려면 헬기가 필수적이다. 육로는 대부분 탈레반이 감시하고 있고 지뢰가 설치돼 있어 작전운용이 여의치 않다.
한편 이번 사건은 탈레반 지휘관 카리 타히르가 탈레반 모임이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려 미군을 유인한 것이라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한 아프간 정부 고위 관리는 “탈레반은 헬기가 어떤 길로 오는지 알았다”며 “현대적인 무기를 동원해 공격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