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의 런던… 英폭동 번지나

입력 2011-08-08 21:18


2012년 올림픽을 1년 앞둔 영국 런던에 잇단 폭동 사건이 발생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일어난 흑인 폭동 사건이 하루 만에 엔필드와 브릭스톤 등 런던 곳곳으로 확산됐다. 다문화사회에 내재된 불만이 무분별한 폭력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1981년 364명의 부상자를 낸 브릭스톤 흑인 폭동 사건과 닮았다. 런던 전역에 비상이 걸렸다.

◇런던 전역으로 퍼지는 폭동=런던 북부 토트넘에 이어 7일(현지시간) 엔필드, 브릭스톤에서도 또다시 폭동이 발생했다. 해크니, 달스턴, 월섬스토 등 런던의 전통적인 우범지역과 주요 관광명소인 옥스퍼드 서커스에서도 폭동이 있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오후 7시쯤 토트넘에서 북쪽으로 약 10㎞ 떨어진 엔필드에서 폭동이 일어나 수십곳의 가게 유리창이 파손되고 보석·가전제품·술 등이 약탈당했다. 경찰 차량도 부서지는 등 도시는 극도의 혼돈에 빠져들었다.

가디언은 잇단 폭동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엔필드에 사는 미주 라흐만(34)은 “토트넘 폭동 후 엔필드가 다음 공격 대상”이라는 메시지를 페이스북에서 봤다고 말했다. 또 이날 낮 사복경찰이 자신에게 다가와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세인트 앤드루 도로가 오늘밤 최전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흑인 밀집 지역인 런던 남부 브릭스톤에서도 8일 오전 1시쯤 젊은이들이 H&M 등 가게 수십곳을 털었다. 영국 경찰은 “런던 내 곳곳에서 소규모 폭력과 약탈, 소요사태 등 ‘모방 범죄’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번 소요사태로 160여명이 체포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런던 경찰은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폭동이 일어날 것을 우려해 추가 경찰력을 시내 곳곳에 배치했다.

◇1981년 브릭스톤 흑인 폭동 재연되나=이번 사건은 마거릿 대처 총리 집권 시절인 81년 4월 발생한 브릭스톤 흑인 폭동과 유사점이 많다. 당시 브릭스톤의 자메이카계 흑인 밀집 지역에서 일어난 흑인 간의 싸움을 백인 경찰이 과잉진압하면서 사건이 커졌다. 점차 런던 빈민가로 소요가 번졌고, 이후 런던의 인종 및 계급 차별에 대한 광범위한 폭력사태로 확대됐다. 이 사건 이후 영국 사회와 정치는 큰 변화를 겪으며 다문화주의로 급격히 기울었다.

이번 폭동은 경기침체와 긴축재정, 흑인사회의 경찰에 대한 반감이 당시와 유사한 특징으로 꼽힌다고 가디언이 분석했다.

브릭스톤 지역은 토트넘과 함께 인종갈등이 잠재된 지역으로 꼽힌다. 이번 폭동을 계기로 흑인사회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와 침체된 지역경제에 대한 긴급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건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토트넘 폭동의 도화선이 된 흑인 마크 더건(29)이 경찰의 작전 수행 중 총격으로 사망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는 등 그의 죽음을 둘러싼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더건의 사망사건을 조사 중인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는 사건 현장에서 ‘경찰이 사용하지 않는 화기’가 발견됐으며 해당 화기와 무전기에 박힌 총알을 법의학 수사기관에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IPCC는 더건의 사망이 ‘(경찰의) 작전 수행 중 발생한 암살’로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애초 경찰은 더건이 사망할 당시 경찰관 한 명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만 밝혀 두 사람 사이에 총격전이 있었음을 암시했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