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블랙먼데이] NYT “2008년 침체보다 더 고통”

입력 2011-08-08 18:31

“지난번 경기침체가 살을 도려내는 고통이었다면 이번엔 (살이 없어) 뼈를 깎아야 한다.”

미국 경제가 ‘더블 딥’(경기 재침체)에 빠질 경우 체감하게 될 고통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겪었던 첫 번째 경기침체 때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모든 지표 2007년보다 나빠=그 이유는 현재 미국 경제의 체력이 지난번 경기침체 직전에 비해 훨씬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경제 지표가 이를 보여준다.

먼저 실업률을 보면, 2007년 말 미국의 실업률은 5%였으나 지금은 9.1%(지난달 기준)다. 약 3년반 동안 일자리 680만개가 사라졌다. 경기가 나빠지자 기업들이 고용을 줄이고 근무시간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이는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졌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가계소득은 2007년 말에 비해 약 4% 감소했다.

이에 따라 민간소비도 경기침체 직전에 비해 늘지 않았다.

주택 가격은 첫 번째 경기침체 전에 비해 24%나 빠진 상태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경우 이를 막아줄 완충장치도 없다.

미국 경제 규모 자체가 2007년 말에 비해 왜소해졌다는 점도 미 국민이 더 힘들게 두 번째 경기침체기를 견뎌야 하는 이유다. 올 초 미 경제 규모는 2007년 12월에 비해 7% 정도 작아졌다고 미 위스콘신대 멘지 친(경제학) 교수가 지적했다. 핵심 원인은 산업생산이 줄어든데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에 따르면 미국의 생산은 2007년 말에 비해 8% 줄었다.

◇믿을 건 기업의 현금뿐=새로운 경기침체의 고통이 더 클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쓸 만한 처방은 이미 다 쓰였기 때문이다. 제로 상태인 금리를 더 낮추는 건 어렵다. 돈을 더 푸는 일도 이미 실기한 데다 효과가 의심된다는 의견이 많다. 미 의회가 빚을 더 늘리자고 주문할 수도 없게 됐다. 재정적자가 2007년 국내총생산(GDP)의 64.4%에서 현재 약 100%로 대폭 늘어서다.

최후의 보루는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다. 다른 경제지표와 달리 2007년 말에 비해 호전된 건 기업 이익뿐이다. 올 1분기 기업 이익은 2007년 말에 비해 22%나 증가했다. 기업들은 유동성이 확대돼 돈을 많이 벌었으나 신규 고용은 하지 않았다. 상당수 기업이 ‘돈을 깔고 앉아’ 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닐 소스 크레딧 스위스 수석연구위원은 “기업 보유 현금이 대량 해고를 막을 수 있는 완충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