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블랙먼데이] 한국, 아시아에서도 최대 낙폭…외국인 ‘치고 빠지기’에 개미만 초죽음

입력 2011-08-09 00:44


미국발 악재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지난 2일부터 5일간 코스피 시가총액은 170조4906억원 감소했다. 올해 국가 예산인 309조원의 절반을 넘는 수치다. 코스피 폭락세는 아시아 및 미국, 유럽 국가들과 비교해도 두드러질 정도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시가 대외 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 개인 투자자마저 매도세로 돌아선 점을 지수 하락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외국인이 좌지우지=지난주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은 한국 증시에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8월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내던진 주식은 1조8286억원에 이른다. 미국 신용등급이 70년 만에 강등되면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소규모 개방경제인데다, 특히 자본시장이 거의 100% 개방돼 해외 불안이 불거질 때마다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까닭이다. 여기에다 증시 시가총액의 약 30%를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우리투자증권 송재학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과잉반응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주가가 생각보다 크게 떨어지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매도세를 키우는 탓”이라고 말했다.

하나대투증권 김지환 리서치센터장은 “대외 변수에 취약한 것은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 치고빠지기 식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경기가 좋을 때에는 한국 증시에 많은 투자를 하지만 나쁜 소식이 들리기만 하면 빨리 손을 털고 나가버린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아시아 증시 가운데 코스피지수의 낙폭(3.82%)은 일본(-2.18%) 중국(-3.79%) 필리핀(-2.40%) 등에 비해 두드러졌다.

◇개인마저 매도세, 오후 급락=코스피지수는 이날 오후 한때 전 거래일보다 무려 144포인트 가까이 하락하며 1800.00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1800.00까지 떨어진 것은 지난해 9월 10일(1791.95) 이래 11개월 만이다.

오후 들어 코스피지수가 급락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개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지목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날 외국인(844억원)보다 훨씬 많은 7333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최근 증시가 급락하면서 급성장하던 자문형 랩 상품의 손절매(로스컷) 물량이 급증, 낙폭이 더욱 커졌다는 관측도 있다. 자문형 랩 상품은 대체로 15% 정도 손실을 보게 되면 자동으로 팔게 돼 있는데, 매매 시 투자 주체가 개인 계좌로 설정돼 있어 개인의 대량 매매로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한(미수거래) 투자자들의 ‘반대매매’가 몰린 영향도 있다. 증권사들은 투자자가 미수금을 갚지 못하면 4거래일째 투자자의 주식을 하한가로 팔 수 있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코스피가 급락했던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반대매매 금액 규모는 일평균 98억원 수준에 달한다. 지난달 하루 평균 반대매매액(70억원)보다 50% 이상 급증한 것이다.

우리투자증권 박성훈 연구원은 “자산운용사에서 손절매가 갑자기 나오고 주식 대출 업체의 반대매매가 자동으로 이뤄지면서 코스피에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주식시장이 출렁였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