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기업 MRO 철수, 동반성장 계기 되길
입력 2011-08-08 17:43
대기업들이 사회적으로 비판받아 온 소모성 자재 구매 대행(MRO) 사업에서 잇따라 손을 털고 있다. 대기업 MRO 업체는 중소기업 영역을 침범하고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데 악용돼 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들의 MRO 사업 철수는 긍정적이다.
삼성그룹은 최근 MRO 업체인 아이마켓코리아(IMK)의 삼성 지분 58.7%를 처분키로 하고, 중소기업중앙회에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외국 기업보다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국내 중견 기업을 상대로 지분 매각 방침을 정한 것은 동반성장 취지에 부합한다. 한화그룹은 MRO 사업의 매출과 수익이 크지 않고 사회적 시각이 곱지 않자 지난달부터 사업 철수를 단행했다.
SK그룹은 7일 MRO 업체인 MRO코리아의 미국 회사 지분 49%를 매입한 뒤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이 그룹은 장애인과 저소득층 등 취업 애로계층을 30% 이상 고용하고, 수익금의 3분의 2 이상을 사회에 환원하는 등의 요건을 갖춰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는다는 방침이다. MRO코리아가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되더라도 그룹과의 거래관계는 유지된다. 현재 76개 사회적 기업을 운영·지원하고 있는 SK그룹의 사회 공헌에 MRO코리아가 일조하기 바란다.
포스코는 MRO 영역에서 수익을 내지 않겠다는 방침이고, LG그룹은 사회적 합의가 도출되는 대로 입장을 정하겠다는 원칙만 밝힌 상태다. 문제는 LG그룹의 MRO 부문 매출이 2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등 다른 대기업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그룹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LG그룹이 일정 지분을 갖는 것을 포함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을 향해 MRO 사업에서 철수하라는 것은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중소기업들과 동반성장을 추구하며, 사실상의 내부 거래를 통한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대기업들이 이런 취지를 살려 전향적으로 처신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