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블랙먼데이] 더 이상 쓸 카드가 없다… 위기 탈출 ‘미션 임파서블’
입력 2011-08-09 00:48
세계경제는 다시 암흑기에 접어든 것일까.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과 유럽 각국 정상들, 유럽중앙은행(ECB) 등이 이례적인 일요일 회의를 감행하며 ‘블랙 먼데이’를 막으려고 했으나 8일 세계증시에는 백약이 무효했다. 더 큰 문제는 이 상황을 타개할 묘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신용평가기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날 미국 국립증권수탁소(DTC), 국립증권정산소(NSCC), 고정수입정산소(FICC), 옵션정산소(OCC) 등 4개 증권 관련 기관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조정했다. 또 미국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신용등급도 AA+로 낮췄다. 이 여파로 다우존스 지수는 한때 3% 이상 폭락했으며 유럽 및 다른 나라의 증시도 낙폭이 커졌다.
◇경기 침체 막는 건 불가능한 임무(Mission impossible)=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또 다른 침체를 막는 것은 불가능한 임무”라고 주장했다. 위기를 극복할 역량을 가진 국가도, 마땅한 해결책도 없다는 것이다.
세계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미국과 유럽이 동시에 채무 위기를 겪고 있는 데다 중국 역시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해결사 역할을 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다.
미국의 최근 고용·성장·생산·소비 등 경제지표는 모두 지난해 동기에 비해 하락했다. 미래 전망도 밝지 않다. JP모건체이스는 지난 3일 미 3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1% 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내년 상반기 성장률도 낮춰 잡았다. 실업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정부 지출이 줄면서 경기 둔화가 예상된다는 이유다.
게다가 미국은 2008년 12월부터 사실상 제로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1, 2차 양적완화 등 경기 부양을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모두 썼기 때문에 더 내놓을 카드도 없다.
유로존 역시 경제 규모 3, 4위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부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독일은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입장이며 영국은 저성장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불안한 것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의 제조업 지수가 빠르게 하강하고 있다는 점이다.
루비니는 “세계경제 둔화를 ‘소프트 패치(회복기의 일시적 침체)’로 낙관하던 환상은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설상가상, S&P는 추가 강등 경고=세계 주요 경제학자들의 비관적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7일(현지시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미국의 신용등급 추가 강등을 경고하고 나섰다. S&P 존 챔버스 국가신용등급위원장은 미 ABC 방송에 출연, “미 국가 재정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신용등급이 추가 강등될 가능성은 3분의 1 정도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의 이튼 해리스 북미담당 이코노미스트도 추가 강등 전망을 내놨다. 그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실탄’이 부족한 상황인 만큼 11월이나 12월까지 S&P가 미 신용등급을 AA로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도 NBC 방송 인터뷰에서 “‘신용등급 강등의 근본적 요인은 정부의 해결 능력에 있다’는 S&P의 지적은 타당하다”면서 정치적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이상 경제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