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火星의 물

입력 2011-08-08 17:33

외계인의 존재와 관련해 화성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천체도 없다. 적어도 태양계에서는. 일찍이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이 1895년에 제기한 ‘화성 운하설’이라든지 1976년 화성탐사선 바이킹 1호가 촬영해 지금까지 논란을 빚고 있는 키도니아 지역의 이집트 파라오를 닮은 인간 얼굴 형상도 ‘화성인’의 존재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생길 수 없는 개념이다.

그런 만큼 ‘화성인’을 다룬 문학작품도 넘쳐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화성인의 지구 침공을 그린 H G 웰스의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이다. 1898년에 나온 이 소설은 1930년대에 미국에서 배우 겸 감독 오슨 웰스에 의해 라디오 드라마로 방송됐을 때 이를 사실로 오인한 수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떠나는 등 패닉 현상을 몰고 와 더욱 인구에 회자돼 왔다.

또 전설적인 캐릭터 타잔을 창조해낸 미국 작가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가 1912년 타잔에 앞서 첫 작품을 발표한 ‘화성의 존 카터’ 시리즈도 있다. 미국 남북전쟁 시대의 남군 장교 존 카터가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화성으로 옮겨져 화성의 원주민 종족들과 싸우고 사랑하며 온갖 모험을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이 시리즈는 어린 칼 세이건을 매혹시켜 나중에 천문학자가 된 그가 외계생명체 탐사에 적극 나서게 하는 원천이 되기도 하는 등 후대에 큰 영향을 끼쳤다. 덕분에 현재 화성에는 작가를 기리는 ‘버로스 크레이터’가 있다.

그런가 하면 SF계의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연대기(The Martian Chronicles·1950)’도 ‘화성인 문학’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걸작이다. 미래에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이주한 지구인들이 화성을 식민화하면서 원주민인 화성인들과 빚는 갈등을 연대기식으로 서술했다.

화성은 지름이 지구의 약 절반에 불과하지만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어(약 25도) 계절 변화도 있고, 하루 길이도 24시간 37분으로 지구와 여러모로 비슷하다. 화성착륙탐사선이 보내온 지표면 영상자료를 보면 영락없는 지구다. 이처럼 지구와 흡사한 화성에서 액체상태의 물이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가 발견됐다고 미 항공우주국(NASA)이 밝혔다.

액체상태의 물은 생명체의 탄생 및 생존에 필수적이다. 인간 같은 지성체까지는 아닐지라도 화성에 생명이 있을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졌다.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의 캐치프레이즈라고나 할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We are not alone)’라는 말이 곧 현실이 될지도 모르겠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