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고신, 양낙흥 교수 저서 '폐기처분' 논란

입력 2011-08-08 15:02

[미션라이프]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총회 운영위원회는 최근 양낙흥 교수(고신대 신학대학원)의 저서 ‘한국장로교회사’(생명의말씀사 간)에 대해 “교단 정신을 왜곡했다”며 폐기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와 함께 해당 서적의 신학대학원 교재 사용 금지, 해당 교수의 순환보직 지시 및 총회 앞에 사과 할 것 등을 결의했다.

고신 총회 운영위의 이러한 조치는 지난달 22일 대구 성동교회에서 열린 양낙흥 교수 고신 역사성 및 정체성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예장고신은 지난회 60회 총회에서 부산노회의 헌의안을 받아들여 ‘양낙흥 교수 고신 역사성 및 정체성에 대한 특별조사위원회’(위원장 이용호 목사)를 꾸렸고 특별위원회는 약 8개월간의 조사 끝에 총회운영위에 조사 결과를 보고했고, 이번 운영위에서 이를 수용한 것이다.

조사위와 운영위가 문제 삼은 양 교수의 저서 내용은 교단 설립자인 항상동 목사를 장로교 분열의 원인으로 본 것이다. 양 교수는 책에서 ‘한상동이 사실상의 교회 분열을 의미하는 고려신학교 복구를 선언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첫째, 상황이 바뀌었다는 한상동의 인식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설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한상동이 승동측과의 합동을 결심했던 결정적 요인은 박윤선의 고신 이탈로 말미암아 신학교 운영이 치명적인 난관에 봉착하게 된 상황이었다. (이하 생략)’(한국장로교회사 660~661쪽) 등이다.

이에 대해 운영위는 보고에서 “이 책은 학문의 자유를 남용하고 교단의 권위와 정신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다분히 의도적으로 교단정신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의 ‘한국장로교회사’는 한국 교회에서는 금기시되다시피 한 장로교의 분열 배경을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2008년 출간 때부터 주목을 끌었다. 책은 신사참배와 함께 해방 후 고신, 기장(한국기독교장로회)의 분열, 예장통합과 합동의 분열, 예장합동과 고신의 합동과 재분열 문제 등을 비교적 상세히 다루고 있다.

양 교수는 책 서문에서 ‘일반 사회에서는 이미 권위주의 시대가 물러가고 심지어 대통령에 대해서도 자유로운 비판과 지적이 당연시될 정도로 민주화가 진행되었지만 한국 교계에서는 마치 중세 암흑시대처럼 특정인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학문적인 비판이 터부시되고 있다’며 저술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번 결의에 대해 양 교수는 “연구 결과에 대해 교단이 나서서 징계하는 게 우선이 아니라 학문적인 검토와 토론이 우선”이라며 “과거를 정직하게 직면할 수 있을 때 개인도 교단도 발전한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운영위를 통과한 이번 보고안은 다음달 열리는 91회 총회에서 채택 여부가 판가름난다. 하지만 운영위에서도 조사위 보고를 놓고 격론 끝에 찬성 41, 반대 28로 겨우 통과됐던 만큼 이번 총회에서도 적지않은 논란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