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수방랑기(11)
입력 2011-08-08 10:57
목회는 영혼세탁업이라오
세탁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현대문명은 박수를 받을 만합니다. 사실 나 예수에게도 그 동안 옷 빨래가 매우 번거로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전문 세탁소가 많게 되니 삼십대 싱글들에게도 무척 편리한 생활이 되었습니다.
그 날도 땀이 흠뻑 밴 옷 몇 가지를 봉투에 담고 세탁소를 찾아 나섰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 가까운 곳에 The Best Cleaner(가장 좋은 세탁소)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여기구나’ 하는 기분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눈에 확 들어오는 한글성구가 있었습니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말씀입니다.
“코리언이시군요. 교회에도 다니시나 봐요.”
그렇게 인사를 했습니다. 유태인 얼굴로 한국말을 하니까 좀 신기한가 봅니다. 그런데 김치 냄새가 역겹게 코를 찔렀습니다. 부부가 뒤쪽에서 점심을 먹다 나왔습니다. 유대인 음식에도 지독한 것들이 있어 나 예수에게는 김치 냄새가 그리 대수로운 것은 아닙니다.
허지만 세탁소라면 역겨운 냄새는 풍기지 말아야 다른 인종 손님들이 계속 북적거릴 터여서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한 번 온 손님이 다른 사람을 더 데리고 오면 그 사업은 성공이지만 행여 다시 안 오면 그 가게 앞길에는 고생문이 훤합니다. 나 예수도 담임목회에서 그걸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회 안에서 썩은 냄새가 풀풀 나면 붙어 있을 신자들이 몇이나 있겠습니까?
“한국분들은 백의민족이라서 세탁도 깨끗하게 하신다지요?”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이 세탁소 전 주인은 유대인이었습니다.”
나 예수의 얼굴을 보고 유대인인 걸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한국분들의 눈치는 가히 금메달감입니다.
옷을 맡겼다는 증거로 쪽지 하나를 받았습니다. 그냥 나올까 하다가 아무래도 그 김치냄새가 마음에 걸렸습니다. 액자에 있는 성경구절처럼 나중에 심히 창대하게 되도록 도우려면 김치냄새는 반드시 좋은 것으로 바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혹시 공기 세탁도 하시나요?”
미소를 머금고 따뜻함이 섞인 음성으로 조심조심 물었습니다. 그런데도 여주인의 얼굴이 금방 홍당무가 되었습니다. 질문의 뜻을 알아차렸다는 뜻입니다.
그 다음 날 옷을 찾으러 갔더니 입구에서부터 향긋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교육효과가 참 빨랐던 것도 좋은 열매였습니다.
“혹시 무슨 일을 하시나요?”
나 예수에게 남자주인이 그렇게 물었습니다. 사생활에 대한 질문이긴 했지만 결례보다는 관심의 표현이라 여겼습니다.
“세탁업입니다.”
“그러시군요. 그런데 왜 우리 세탁소로 가지고 오셨어요?”
“아니, 옷 세탁업이 아니고......영혼 세탁업입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그 부부의 얼굴을 뒤로 하고 세탁소를 표연히 나왔습니다.
앞으로 과학기술이 크게 발전되면 세탁하지 않고도 평생을 입을 수 있는 옷이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옷도 세탁, 신발도 세탁, 얼굴도 세탁, 머리도 세탁, 몸도 세탁, 심지어 돈도 세탁하는 시대입니다. 나 예수는 열두제자의 발도 세탁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결코 귀찮은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큰 은혜입니다. 그 때마다, ‘네 영혼을 깨끗이 세탁해라, 네 영혼을 성결하게 유지해라’ 하시는 그분의 음성을 듣기 때문입니다.
이정근 목사(원수사랑재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