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도로’ 방치가 화 불렀다… 무주서 대학생 5명 사망
입력 2011-08-08 00:45
‘마의 도로’로 불리는 전북 무주군 적상면 구천터널 부근 급커브 내리막길에서 승합차 전복되면서 대학생 5명이 목숨을 잃는 등의 사고가 발생했다. 그동안 주민 등이 10년 넘게 구조적 결함이 있는 도로의 선형 개선 등 대책을 요구해 왔으나, 당국이 이를 방치하다가 대형사고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7일 오후 1시10분쯤 강원직(27)씨가 몰던 스타렉스 승합차가 구천터널 앞 내리막길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2m 아래 수풀에 전복됐다. 이 사고로 승합차에 타고 있던 충남대 무역학과 선후배 사이인 강씨 등 5명이 숨지고, 5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전날 차량을 빌려 무주로 MT를 왔던 이들은 대전으로 돌아가다 변을 당했다. 탑승했던 학생들 대부분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가 발생한 하조사거리~부영덕유산리조트(옛 무주리조트)로 이어지는 4㎞ 구간은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맞춰 급조된 49번 지방도이다. 구천터널로 가는 오르막 도로는 당시 새로 만들었지만 터널에서 나오는 내리막 도로는 급경사에 구불구불한 옛 지방도를 그대로 살린 것이어서 잠깐 한눈을 팔 경우 곧바로 아찔한 상황을 겪기 일쑤다.
이 도로에서는 한 달 전에도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며, 해마다 10여 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겨울철에는 햇볕이 들지 않는 상습 결빙구간이어서 리조트를 찾는 차량들이 2~3시간 걸리는 거북이 운행을 하기도 한다.
주민들과 경찰은 매년 사고가 발생해 전북도로관리사업소에 여러 차례 안전조치를 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별다른 개선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 경찰은 “예산 문제로 선형 개선작업이 어려우면 내리막길에 과속 방지 카메라만이라도 설치해 줄 것을 건의했으나 이마저도 묵살당했다”고 말했다.
<사망자 및 부상자>
◇사망 △강원직(27) △김수홍(24) △임재무(20) △김진환(27) △박수진(20·여) ◇부상 △강진현(20·여) △김재유(20·여) △강진석(20·여) △김광섭(20) △임현석(20)
무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