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헬기 아프간서 피격 38명 사망… 탈레반 로켓포 공격, 최강 특수부대 ‘네이비실 요원’ 대거 희생

입력 2011-08-07 18:52

10년 넘게 수십억 달러의 돈을 쏟아부었지만 미국도 세계도 아프가니스탄에선 실패했다. 2014년 이후 다국적군의 철군이 완료되면 아프간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은 6일(현지시간) 미군 최강의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팀이 탑승한 헬기가 추격된 사건이 이 같은 평가를 상징한다며 “결국 아프간은 세계의 실패”라고 보도했다.

◇빈 라덴의 복수?=네이비실팀이 탑승한 헬기는 5일 밤 아프간 동부 마이단 와르다크주에서 탈레반의 로켓포 공격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미군 31명과 아프간 정부군 7명 등 총 3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번 참변 희생자 수는 2001년 아프간 전쟁이 시작된 이래 단일 사건으로는 가장 많은 숫자다.

추락한 헬기 기종은 치누크 헬기로, 탈레반에 대한 심야작전을 위해 이륙한 직후 피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ABC 방송은 이번 피격으로 헬기에 탑승했던 네이비실 요원 25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숨진 네이비실 요원들은 알카에다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수행했던 네이비실 ‘팀 식스(Team 6)’와 같은 부대 소속이다. 하지만 빈 라덴 사살 작전에 참여한 요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뒤 캠프 데이비드에서 “이들의 죽음은 우리 군에서 복무하는 남녀 장병과 그 가족들의 특별한 희생을 다시 상기시켜 준다”며 애도를 표했다. 탈레반은 자신들이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다.

◇실패한 아프간=세계 각국의 아프간 철군이 예고된 상황에서 아프간의 치안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탈레반 측 공세는 나날이 거세지고 있다. 브뤼셀 소재 한 싱크탱크는 “미국과 유럽 주요국들이 2014년까지 철군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아프간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면서 “올 상반기 민간인 사망자 수는 2001년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 단체는 “수십억 달러의 원조에도 불구하고, 아프간 정부는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미국 등이 아프간 정부 개혁과 감시 등을 소홀히 해 부패가 만연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01년 이후 현재까지 국제사회는 570억 달러의 돈을 아프간 정부 재건에 쏟아부었지만 효과는 거의 없다. 세계투명성기구에 따르면 아프간의 공공기관 투명성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제위기그룹(ICG)은 “아프간 국민의 기대수명은 44세이며, 아이들 가운데 4분의 1이 5세가 되기 전에 죽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면서 “다국적군 철군 이후에는 원조가 급감하면서 경제·인권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