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 경제 발목 오바마 “시간 없는데…”

입력 2011-08-07 18:53

‘오바마에게 시간이 없다.’

내년 재선을 앞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목이 바짝 타들어가고 있다. 사상 초유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은 그의 ‘무난한 재선’을 난기류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게다가 주가는 대폭락했고, 주택가격은 5년 전에 비해 아직 3분의 1 수준에서 헤매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더블딥 가능성을 예고하고, 경제성장률은 2%를 넘지 못하고 있다. 백악관과 민주당 선거팀에서는 이런 경제 성적표가 모여 오바마의 재선을 어렵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내년 초면 전국 지역별로 선거전이 시작된다. 하지만 내년 초 경제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 언론들은 유권자들이 경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는 점을 이성적으로는 이해하고 있지만, 점차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민주당 내 여론조사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아무도 경제위기가 오바마 탓이라고 비난하지는 않지만, 느린 변화 속도에 사람들은 절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현재의 경제위기 원인을 정치권에서 찾는 듯하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신용등급 강등 조치와 관련, 성명을 통해 “경제를 강화하고 좀 더 강한 재정상황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선출직 지도자들이 합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국의 의지, 능력, 약속을 분명히 하도록 좀 더 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막판에야 타결된 정부부채 상한 증액협상에 대해 “초당적 타협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중요한 조치였다”면서도 “그러나 거기까지 가는 길은 너무 길었고, 때때로 너무 분열적이었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또 유권자들의 절망과 기대를 반영해 최근 경제와 일자리에 오바마가 집중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메시지들이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불확실성 때문이다.

WP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해에 경제지표인 소비자신뢰지수가 지금처럼 낮았던 적은 1950년대 이후 1980년과 1992년 딱 두 차례다. 바로 그해에 현직 대통령이 다 선거에서 패배했다. 오바마 진영으로서는 악몽 같은 시나리오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