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식탁 물가’ 20% ↑… 장보기가 겁난다
입력 2011-08-07 21:43
주부 이영선(52)씨는 지난 6일 집 근처 한 재래시장에 다녀왔다. 추석상을 차리기 위한 ‘사전 물가조사’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재래시장 물가 수준이 예년과 달랐다. 애호박 한 개에 1000원이 훌쩍 넘었다. 좀 싸게 사보려고 대형마트 대신 시장을 찾았지만 연중 할인행사를 하는 할인마트 가격과 별 차이가 없었다. 이씨는 “다른 것보다도 채소가격이 많이 올라서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며 “차례를 지내지 않을 수도 없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비해 급등한 물가 탓에 올 추석상 차리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날씨 영향으로 공급 불안정이 지속되자 특히 채소와 과일의 경우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7일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서울 경동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올해 추석상 비용은 4인 가족 기준 23만8200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9만7000원보다 20.9% 상승한 수치다.
추석상 차리는 비용이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긴 장마와 기습폭우, 폭염 등의 영향으로 상품 출하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물가정보 관계자는 “무의 경우 서울 부산 대구 등에서 개당 최대 60.8% 오른 2400원까지 거래됐다”며 “날씨 탓에 채소류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물가조사기관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다. 7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가 공개한 지난 5일 서울 영등포시장 기준 주요 식재료 가격에 따르면 추석상에 많이 올리는 배(신고)의 경우 10개에 5만원 수준이었다. 지난해 1만9200원에 비해 무려 160% 올랐다. 조선애호박 1개는 지난해 900원에서 올해 1300원으로 44% 비싸졌고 고구마(1㎏)도 6000원에서 9000원으로 가격이 50% 뛰었다. 쌀값이 올라 송편, 시루떡 가격도 지난해보다는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생선·육류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한우 등심 3등급 기준으로 쇠고기(500g) 가격은 2만5000원으로 지난해 3만원에 비해 16% 싸졌고 닭고기 역시 ㎏당 4000원으로 지난해 4500원과 비교해 11% 가격이 내렸다. 명태 가격은 지난해와 같았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자 추석상을 준비해야 하는 주부들은 고민이 깊다. 최문정(31·여)씨는 “대형할인마트나 재래시장이나 지난해보다 가격이 오른 폭은 비슷한 것 같다”며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인데 싼 재료들을 찾아 상을 차리려니 마음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