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發 ‘재정위기’ 막기… 정부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라”
입력 2011-08-07 22:16
미국, 유럽에서 터진 ‘재정위기 태풍’이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정부가 발행한 외화채권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8개월 만에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한국이 아시아 국가 가운데 대외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됐다는 경고음마저 높다. 금융시장은 거세게 출렁이고 있고, 충격이 장기화되면 실물경제에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외화 유동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마다 한국 경제는 외환 변동성이 ‘도화선’이었다.
◇불안감 확산 차단 주력=정부는 7일 과천청사에서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경제금융 긴급 점검회의를 가졌다. 임 차관은 “외국인이 증시에서는 이탈했지만 4~5일 채권시장에서는 우리 국채를 사들였다. 우려할 만한 징후가 나타난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우리 수출시장은 신흥국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충분히 다변화돼 있다. 정부와 민간의 리스크 대응 능력도 높다. 3000억 달러 이상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등 우리 경제의 건전성, 성장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외충격에 따른 외환·외화자금시장 급변을 걱정하고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해 외화 유동성 확보를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물가가 올라도 당장 나라가 망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화 유동성 문제는 나라를 망하게 한다”며 강력 대응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재정부, 금융위·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은 24시간 금융시장을 감시하는 체제를 구축키로 했다. 특히 외환 수급 상황을 집중적으로 볼 방침이다. 금융기관에는 자체적으로 외화조달 운용계획을 마련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
◇높아지는 경고음=국제금융센터는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유입 지속 등으로 안정됐던 국내 금융시장이 이달 들어 대외악재가 심화되면서 다시 불안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가 발행한 5년 만기 외화채권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 5일 115bp(1bp=0.01%)로 지난해 11월 30일(122bp) 이후 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국가 등이 부도가 나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부도 위험을 따로 떼어내 거래하는 금융파생상품이다. CDS 프리미엄은 CDS를 거래할 때 붙는 부도보험료(수수료)로 위험도가 클수록 높아진다.
국내 7개 은행이 발행한 5년 만기 채권의 평균 CDS 프리미엄도 지난 5일 140.0bp로 전일 대비 11.7bp 급등했다. 은행들의 평균 CDS 프리미엄은 1일 121.2bp, 2일 122.6bp, 3일 127.6bp, 4일 128.3bp 등으로 오름세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내고 유럽 재정위기로 아시아에서 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한국에 들어온 프랑스·독일계 은행 자금은 모두 470억 달러(프랑스 300억 달러, 독일 170억 달러)로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많았다.
이에 대해 재정부 관계자는 “외환 수급 관련 안전장치를 마련해 가동하고 있고, 은행 외화유동성 비율도 상당히 좋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