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쇼크] USAA+… S&P, 美 신용등급 70년만에 ‘AAA’서 1단계 강등

입력 2011-08-08 00:36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는 글로벌 악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더블딥(이중침체) 및 유로존 재정위기 확산우려에 이어 이번엔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70년 만에 깎아내리면서 시장은 ‘블랙먼데이’(Black Monday, 1987년 10월 19일 뉴욕 주가 대폭락 사건) 공포에 휩싸였다. 주요 7개국(G7)과 주요 20개국(G20) 등 국제사회의 공조가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중장기적 영향을 살피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S&P는 5일(현지시간)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기존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이 같은 조치는 1941년 S&P 설립 이후 처음이다. 강등 이유로는 재정적자 우려를 들었다. S&P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는 중기적으로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 필수적인 조치인 증세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채무한도 상향 합의안도 재정적자를 줄이는 데는 충분치 못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S&P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이는 향후 12∼18개월 내에 신용등급을 추가 하락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신용등급 강등은 미 국채인 재무부 발행 채권 등급을 내렸다는 것으로 채권 등의 구매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졌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에 미치는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슬람권 특성상 평일에 쉬고 휴일 문을 여는 중동 증시가 폭락세를 보이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25지수는 개장 전 낙폭이 5%를 넘자 거래를 45분간 늦췄으나 전 거래일보다 6.4% 급락했다. 두바이 종합주가지수(DFM)와 쿠웨이트 증시, 요르단 암만 종합지수도 모두 하락세로 마감했다. 하지만 등급 강등이 이미 예고된 악재였기 때문에 큰 혼란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조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G20 재무 당국자들은 7일 낮(한국시간) 콘퍼런스 콜(전화회의)을 열고 사태확산 방지를 위한 공동성명서 발표 등을 논의했다. 또 G7 재무장관들은 8일 오전 아시아 시장 개장 전 전화회의를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일본 고위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례적으로 일요일 집행이사회 전화회의를 가진 데 이어 다음날엔 유로존 중앙은행 총재들이 긴급 전화회담을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에도 비상이 걸렸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과 긴급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개최했다. 금융당국은 시장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봐야 하는 만큼 주요 권역별 기능별로 비상점검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필요시 장관급 회의인 경제금융대책회의·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열기로 했다. 임종룡 재정부 1차관은 “글로벌 경제의 불안요인이 우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금융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며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충격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 것이고 세계 경제의 재침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김아진 선정수 기자,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