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총선 물갈이론’ 확산일로
입력 2011-08-08 00:40
홍준표 대표의 ‘자제령’과 영남권 중진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 주요 당직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내년 총선 관련 언급을 쏟아내고 있다. 공천 기준, 전략지역 대책 등 언급내용도 갈수록 구체적이다. 이들이 총대를 멘 것을 두고 당 내외에선 대규모 인재 영입 작업을 통해 총선 승리를 이끈 1996년 15대 공천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김정권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극소수의 수구·좌파를 제외하고 인재 영입을 위해 당이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김 총장은 방송인터뷰를 통해 “한나라당도 (인재 영입 통해) 이념적 스펙트럼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용태 기획위원장은 “지난 18대 총선 때는 당 지지율이 높았던 만큼 전략공천이라는 명분으로 외부 사람을 영입하기 쉬웠지만, 이제는 당도 인기가 없는 만큼 외부에서 신망 있는 인사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당선이 가능한 지역으로 배치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인사가 많은 당의 편향된 인적 구성에 변화를 주기 위해 시민사회 활동을 했거나 현장에서 치열하게 주민과 봉사활동을 한 명망가를 영입해 상대적으로 유리한 지역구를 배정하자는 게 이들의 구상이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당시 민주자유당이 15대 총선 당시 이재오 특임장관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 ‘운동권’ 출신과 ‘모래시계 검사’로 불렸던 홍준표 대표를 포함한 대중성 있는 인사를 대거 공천해 총선에서 선전했던 것처럼, 지방선거와 4·27 재보궐 선거 패배로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도 ‘폭넓은 인재 영입’으로 돌파구를 찾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15대 총선 당시를 모델로 삼는 점을 공식화하기에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당시 인재 영입을 위해 40명가량의 현역의원들이 물갈이됐었다는 점 때문이다. 당직자들도 인재 영입을 강조하지만, 공천 기준 등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김 총장은 “본격적인 공천 논의는 정기국회 이후 시작돼야 한다”며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물갈이를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며 또 인위적으로 물갈이 기준을 정해놓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의도와 달리 물갈이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인재 영입을 위해 이념 스펙트럼을 넓혀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당 일각에선 “건전한 중도우파로의 확장이 아니라 좌파 인사들까지 데려와 ‘이념의 잡탕’을 만드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대중적 인기가 높은 명망가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텃밭’을 주는 것은 당선 지역 한 곳을 더 늘릴 기회를 스스로 저버린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지도부 내부에서도 당직자들의 언급에 제동을 걸겠다는 분위기다. 유승민 최고위원 등은 “지금 당직자들이 공개적으로 떠들면 공천 블랙홀로 모든 게 빨려들어가 민생이고 정책이고 할 수가 없다”며 “회의에서 공천 언급 자제를 공식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