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쇼크] 정치권 연일 네탓 공방… WP “공화당의 복수극”
입력 2011-08-07 21:59
미국 신용등급이 강등되자 미 정치권은 연일 가열찬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협상의 전모를 희곡대본처럼 각색해 소개하며 부채협상 물고 늘어지기는 ‘공화당의 오랜 시나리오’라고 보도했다.
◇워싱턴은 ‘네탓’ 공방 중=공화당 대선주자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6일(현지시간) “민간 기업의 연방정부에 대한 신뢰 철회(신용등급 강등)는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실정 때문”이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했다. 티파티 의원을 중심으로 한 공화당 의원들은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타깃으로 삼았다. 티파티의 좌장격인 랜드 폴 상원의원은 “미국 경제를 잘못 진단해 운영한 사람이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경질을 요구했다. 경질 요구에는 온건 보수주의자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도 가세했다.
이에 민주당 측은 “조지 W 부시 정부 때의 재정적자 확대와 글로벌 금융위기가 근본 원인”이라고 반박했다. 또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증액 협상 과정에 대해 “너무 길고 분열적이었다”며 은근히 공화당을 겨냥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칼럼에서 “공화당 의원들의 반(反)증세 성향이 장기적 채무상환 능력을 의심받게 했다”면서 “공화당의 태도는 ‘우파의 광기’”라고 비난했다.
S&P에 대해서는 여야 구분 없이 한목소리로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 바니 프랭크 하원의원은 “S&P야말로 금융위기의 주범”이라고 맹비난했다.
◇WP, “오바마 취임 때 구상된 복수극”=WP는 7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10개의 장(章)으로 이뤄진 기사를 통해 이번 부채상한 증액 협상 과정의 진통은 이미 오바마 취임 직후에 계획된 것이었다고 고발했다.
1장에서는 2009년 1월 민주당이 새 대통령 당선에 기뻐하고 있을 때 에릭 캔터(버지니아), 케빈 매카시(캘리포니아), 폴 라이언(위스콘신) 같은 공화당 소속 젊은 하원의원들은 이미 2년 후의 부채 협상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4장은 이 3인방이 어떻게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했는지 보여준다. 캔터 등 3인방은 지난해 9월 자신들의 비전을 담은 책 ‘영 건(Young Gun)’을 출판했다. 또 지난해 11월 하원 지도부 구성에서 캔터가 공화당 하원 서열 2위인 원내대표를, 매카시가 3위인 원내총무 자리를 꿰차면서 정부 예산권을 주무를 수 있는 자리에 올랐다. 캔터 원내대표는 이번 협상 과정에서 “세금 문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공화당 내 젊은 영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8장에는 공화당의 실세가 누구인지 모르고,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골프 회동을 하며 그를 설득하려고 하는 오바마의 ‘헛다리 짚기’가 묘사된다. 10장 ‘집 태워먹기’에서는 대치만 계속된 협상이 경제 파국을 낳았다고 분석한다. 결국 파국은 2008년 대선에서 패배한 공화당의 대복수극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WP는 “공화당이 지금은 승리의 축배를 들지 모르지만 국민은 그들에게 실망했다”면서 “정치적으로는 더 길고 힘든 싸움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양지선 기자,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