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쇼크] 단기적으론 원화약세 지속 가능성 美쇼크 해소땐 강세기조 복귀

입력 2011-08-07 18:21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 원·달러 환율에 미칠 영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주일 전만 해도 달러당 1050원 아래로 떨어지는 등 원화 강세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미국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이 높아지자 달러당 원화 환율은 1070원대에 육박하는 등 약세로 전환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원화 약세가 더욱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기축통화로서 달러 위상 하락 등으로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 기조로 환원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2일부터 5일까지 4거래일 동안 1050.50원에서 1067.40원으로 무려 16.90원 급등했다. 하루 평균 4.23원씩 오른 셈이다.

이는 미국의 더블딥 우려와 이탈리아·스페인 국채 문제로 유럽 재정위기가 재부상하면서 안전자산 쪽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 영향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또 직접적으로는 국내 증시에서 팔자 주문을 이어간 외국인 투자자 영향이 컸다. 2∼5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1조9984억원에 달했다. 외국인이 증시에서 뺀 자금이 서울외환시장에 원화 매도 물량으로 몰리면서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것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미국의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안전자산 선호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1000억 달러 정도의 외국인 자금이 국내에 유입됐는데 이 자금이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당분간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환율 추가 상승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원화 강세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7일 ‘미 신용등급 강등 파장 및 시장영향 점검’ 보고서를 발표하고 당분간 원화 약세(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지겠지만 미국 신용등급 강등의 충격이 일정 수준 해소될 경우에는 종전의 강세 기조로 복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에서 달러화 비중이 1999년 72%에서 2011년 60.7%로 감소했는데 이 추세가 가속화할 것이란 것이다.

다만 대체할 안전 자산이 없기 때문에 달러화가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HR투자자문 채승배 대표는 “달러에 대한 투기적 수요는 줄더라도 거래적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달러 외에 대안이 없다”고 설명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