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쇼크] 中 “위상강화 기회” 노리고 日 “달러몰락 서막” 비꼬아
입력 2011-08-07 21:57
사상 첫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대해 주요 국가들은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각국의 반응을 찬찬히 뜯어보면 자국에 미칠 득실 계산에 따른 미묘한 온도 차이를 느낄 수 있다.
◇中, “위상 강화의 기회로”=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공식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관영 언론들은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신화통신 등 매체들은 “미 국채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면서 “중국 보유 외환의 실제 구매력이 대폭 떨어지게 됐다”고 7일 보도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6월 말 현재 3조1795억 달러이며, 그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미 국채 등 미 달러화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신화통신은 영문 논평 기사에서 “미국이 빚의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사람은 누구나 자기 능력 안에서 살아야 한다는 상식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은 미국에 구조적인 채무 위기에 대한 설명과 중국의 달러화 자산의 안전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중국이 채권국으로서 권리를 행사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이번을 일을 중국의 위상 강화 기회로 삼아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日, “달러 몰락의 서막” 비웃어=일본 언론들도 3월의 대지진으로 인한 경제 침체가 다 회복되지 않았음을 우려하면서도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미국의 위상 추락에 초점을 맞췄다. 아사히신문은 S&P가 세계 제1 경제대국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상급에서 한 단계 강등한 것은 ‘달러 몰락의 서장(序章)’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방만한 재정 운용에서 비롯된 이번 신용등급 하락으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 국채의 신뢰성이 흔들리게 됐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 일본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에 주목했다. 이 신문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예견됐던 것이지만 달러 가치 절하로 엔고가 가중되고 글로벌 증시가 연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그래도 미국 신뢰”=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은 미국의 S&P 신용등급은 강등됐어도 국제사회의 신용등급은 여전히 ‘AAA’라며 굳건한 신뢰를 보이고 있다.
프랑수와 바루앵 프랑스 재무장관은 6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프랑스는 미국 경제의 굳건함과 기초 체력을 완벽히 신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스 케이블 영국 산업경제부 장관도 “부채한도 증액 합의가 이뤄진 만큼 미국의 상황은 매우 안정돼 있다”면서 “이번 등급 강등은 주요 3개 신용평가 회사 가운데 단 한 곳의 결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스토르차크 러시아 재무차관 역시 블룸버그와의 통화에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 단계 강등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서 미 달러에 대한 신뢰는 변함없다고 말했다.
양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