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림中 전교조 교장’ 임용 무산 이후… 서울교육청-교과부 싸움 애꿎은 학생들만 ‘희생양’
입력 2011-08-07 17:50
7일 찾은 서울 구로동 영림중학교 1층 교장실 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수위실에 부탁해 열고 들어간 교장실은 ‘방치 상태’였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컴퓨터 모니터와 책상에는 먼지가 앉았고, 세면대는 물을 틀지 않아 거미가 줄을 쳤다. 교장 명패가 있어야 할 자리엔 종이만 나뒹굴었다. 책장과 서랍도 텅텅 비었다. 올 여름 폭우 이후 천장에서는 물이 새기 시작했다. 그러나 보수관리를 하지 못해 양동이로 물을 받아내고 있다.
영림중은 지난 2월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통해 전교조 소속 평교사 출신인 한울중 박수찬 교사를 교장 후보로 선출했다.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는 “공모 과정에서 서류 심사만으로 일부 지원자를 탈락시키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박 교사의 교장 임용 제청을 거부했다.
이후 영림중 내부형 교장공모제 심사위원회는 지난 6월 재공모를 거쳐 박 교사를 다시 후보로 선정했으나 교과부는 지난달 20일 박 교사가 민주노동당 불법 후원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점을 들어 제청을 재차 보류했다. 영림중 학교운영위원회·학부모회와 서울시교육청 등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적용, 임용 승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교장의 공백이 길어지면서 영림중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발생했다. 올 초 부임하자마자 교장 직무대리를 맡게 된 박진관 교감은 “문서결재 등 학교 행정은 어떻게든 진행하고 있지만 교육방침과 운영방향 등 큰 흐름을 정하는 사안은 내가 결정할 수 없어 차질이 많다”고 말했다.
사태 이후에만 6명이 전학을 갔다. 일부 전학생 학부모는 “교장선생님이 안 계시니까 아이들 간 싸움이 잦아지는 등 문제가 많다”며 학교를 떠났다. 지난 3월 초 남학생들 간 몸싸움이 벌어졌을 때 학교 측에서는 “학기 초마다 으레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지만 당사자 학부모가 “교장이 없으니까 학생 지도가 안 되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면서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해결 기미가 안 보이면서 학교 분위기도 뒤숭숭해졌다. 김윤희 영림중 학부모회장은 “아이가 주변 다른 학교 친구들에게 ‘너넨 교장선생님도 없잖아’라며 놀림 받는다고 속상해한다”고 털어놨다.
영림중 박모 교사는 “교장선생님이 없는 ‘비정상적인 학교’라는 생각에 아이들이 많이 위축돼 있고 학교에 자부심을 못 갖고 있다”면서 “모든 교사가 학생의 불안감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영림중 교사도 “선생님들끼리 모이면 학교 걱정에 분위기가 우울하다”면서 “어떻게든 문제가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