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쇼크] 회복이냐 추락이냐… 세계 경제 운명의 1주일

입력 2011-08-07 21:53


세계 금융시장이 지난 주 ‘검은 금요일’의 충격에 빠진 데 이어 또다시 ‘월요일 공포증’에 휩싸인 것은 설상가상으로 겹친 글로벌 악재 탓이다. 미국과 유로존 재정위기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앞두고 미 정치권의 극적 타결과 유로존 정상들의 긴급 자금 지원으로 봉합되는 듯했다. 하지만 경제지표 부진과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되살아나면서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높아졌다. 국제 금융시장은 이번 주 기습적인 미국 국가 신용등급 강등 여파에다 줄줄이 발표되는 경제 지표 결과에 따라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시장, 경제지표 ‘관건’=금융시장 및 세계경제의 영향은 가늠하기 쉽지 않지 않을 정도로 의견이 엇갈린다. 미 국채 시장에 대해서는 영향이 적을 것이란 게 대체적 시각이다. 예견된 상황이라 등급 강등 가능성이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것. 하지만 위험자산 시장인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지난주 더블딥 공포와 유로존 재정위기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하락하며 투자심리는 이미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 공기업, 은행 등의 신용등급을 추가로 강등하고 피치, 무디스 등 다른 신용평가사들의 강등 발표까지 가세한다면 시장 충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 국가들에 미칠 후폭풍의 강도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으면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수출 및 성장 둔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현대증권 오성진 센터장은 이번 주 중에 국내 증시가 3분기 중 최저점을 찍는 등 추가 영향이 있긴 하겠지만 ‘소프트패치’(경기회복 국면에서의 일시적 어려움)에 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각국의 경제지표들도 불안을 부추길 요인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이번 주 소매판매, 소비자 심리지수, 국제수지 등을 발표한다. 고용시장 움직임을 담은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나온다.

9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3차 양적완화를 비롯한 추가 경기 부양책을 언급할지도 주목된다.

◇유럽도 이번 주 ‘기로’=유로존 재정위기도 이번 주 확산이냐 진정이냐를 두고 고비를 맞는다. 지난주 유로존의 3, 4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수익률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었다. 닉 쿠니스 ABN암로은행 거시경제연구책임자는 “유럽은 정말로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모든 게 녹아내린 ‘노심용융(멜트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이 8일 이탈리아 국채 매입에 나설지가 주요 이슈다. 최근 이탈리아가 균형예산 조기 달성 등을 담은 경제개혁안을 발표, 긴축정책에 돌입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조치다.

하지만 곳곳에서 반대 움직임이 보인다. AFP 통신은 4400억 유로에 달하는 유럽재정안정기금으로 이탈리아를 구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독일 정부 내에서 커져가고 있다고 전했다. 소규모 국가들(그리스 포르투갈)만을 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이에 유로존 내 합의가 없다면 위기가 악화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아진 황세원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