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 쇼크] 美정부 “채무액 무려 2조 달러 잘못 산정”

입력 2011-08-07 18:16

미국 정부가 폭발했다. 그동안 안하무인격이던 신용평가사에 대한 일침을 가하는 동시에 이번 신용등급 강등 조치에 대해서도 “전혀 근거가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하지만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도 한치의 양보 없이 채무한도 상향 협상을 질질 끌고 온 미국 정치권에 탓을 돌리며 응수에 나섰다. 이들의 날 선 공방은 쉽게 막을 내리지 않을 전망이다.

미 재무부는 S&P의 발표 이튿날인 6일(이하 현지시간) 곧바로 문제제기에 나섰다. 존 벨로우스 재무부 경제정책 차관보 대행은 6일 재무부 블로그에 글을 올려 “S&P는 2조 달러의 실수를 했다”며 “신뢰성에 의문이 들고 강등 조치는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치 착오가 없었다면 미국이 신용등급 강등을 당할 정당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진 스퍼링 경제 보좌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채무를 무려 2조 달러나 잘못 산정해 놓고도 결과를 짜맞춘 데 대해 깜짝 놀랐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버크셔해서웨이 회장 워런 버핏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S&P의 조치에 대해 “실수한 것”이라며 “미국은 AAA 국가 등급을 받아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S&P는 등급 발표에 앞서 미리 미 정부에 이 사실을 전달했으나 S&P가 미국 부채 전망치에 2조 달러를 실수로 추가시켰고, 재무부와 약 1시간 동안의 논의 끝에 문제 부분을 시인했다. 당초 이러한 수치적 오류로 인해 신용등급 강등 발표도 연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S&P도 실수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하지만 “이는 지엽적인 문제”라며 신용등급 평가는 향후 3∼5년의 전망을 바탕으로 산정되는 것이고, 수치가 평가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반박했다. 미 당국이 고질적인 채무 문제를 계속 안고 가려고 하기 때문에 등급을 떨어뜨린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정치적 상황도 추가했다.

S&P 국가신용등급위원장 존 챔버스는 “미국의 신용등급을 낮춘 가장 큰 원인은 정치권의 벼랑 끝 대치였다”고 강조했다. S&P의 국가 신용등급 평가 책임자 데이비드 비어스 역시 “(미국의) 정치적 정책 결정 과정을 둘러싼 불확실성 고조를 우려하고 있다”면서 “정치권의 논의 성격과 합의 도달의 어려움이 핵심 고려 사항이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미 정부는 “신용 강등의 명분을 바꿨다”면서 “평가의 신뢰성과 진정성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또다시 반박하면서 논란이 점차 가열되고 있는 양상이다.

김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