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제강 “우리가 폐기물처리업체냐”

입력 2011-08-07 22:18

고철을 녹여 제품을 만드는 제철·제강·주물업계가 개정 폐기물관리법 때문에 폐기물처리업체로 전락할 처지가 되자 강력 반발하고 있다.

7일 환경부와 지식경제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폐기물관리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폐지와 고철을 폐기물로 규정하고, 폐기물을 처리하려면 일정 시설과 설비를 갖춰 시·도지사에게 의무적으로 신고하도록 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개정 전에는 규제 완화 차원에서 신고하지 않아도 신고한 것으로 간주됐었다.

게다가 환경부가 관련 시행규칙 개정안의 폐기물 처리방법에 ‘철강제품을 제조하기 위해 고철을 용융’이란 문구를 포함시키자 관련 업계는 강력 반발했다. 이 안대로라면 제철·제강·주물업체는 모두 폐기물처리업체가 되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등은 폐기물처리업체가 되면 폐기물 수출입 시 신고 등 22가지 규제가 새로 부과돼 수백억원의 비용 부담이 생기고 기업 경쟁력도 훼손된다고 맞서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 1월 이런 내용의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폐기물관리법과 동시에 시행하려 했으나 업계의 반발이 거세지자 일단 시행규칙은 유보한 상태다.

규제개혁위원회는 3차례 심의 끝에 환경부에 지경부와 협의해 전면 수정안을 제출하라고 요구했고, 오는 11일 개정안을 재심의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선별·압축·감용·절단된 고철은 폐기물로 보지 않는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제철업체 등이 폐기물처리업체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철강업계는 아예 고철을 폐기물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글로벌 기업이 폐기물처리업체가 되고, 한국산 제품들은 폐기물 재활용품이 되는 등 국가 이미지도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논리다. A제철 관계자는 “중국과 인도는 고철(철스크랩)을 국가핵심자원으로 보고 특별관리한다”며 “환경부가 고철을 폐기물로 보고 규제를 하려는 것은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기 위한 ‘말뚝박기’에 나서는 꼴”이라고 말했다. 국내에 수입된 고철은 2006년 562만t에서 지난해 809만t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