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감기몸살 증세 여성·노인 발병 많아… 여름철 불청객 ‘신우신염’
입력 2011-08-07 17:31
김모(76·여·서울 대림동)씨는 며칠 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옆구리가 쑤시고 아픈 고통을 겪었다. 몸이 으슬으슬 떨리기도 했다.
처음엔 가족들과 바캉스 여행을 다녀오느라 과로해 몸살이 온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갑자기 고열이 치솟고 요통이 더 심해져 꼼짝도 못할 지경이 돼 동네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다. 검사결과 김씨는 ‘급성 신우신염’에 걸린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이 질환으로 응급실을 찾는 노약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신장내과 이영기 교수는 7일 “초기엔 며칠 지나면 호전되는 여름감기 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병원에 입원해 항생제 치료를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 노인과 여성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여름철 젊은 여성과 노인층에 많이 발생=신우신염은 콩팥의 ‘신우’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신우는 깔때기와 같이 노폐물을 걸러서 받아내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콩팥의 사구체에서 걸러진 소변은 세뇨관을 통해 빠져나와 신우에 일단 모였다가 요관, 방광, 요도를 거쳐 몸 밖으로 배출된다.
신우신염의 가장 흔한 병원균은 대장균이다. 이 교수팀이 2002년 3월부터 2005년 2월까지 강남성심병원 응급실에서 급성 신우신염 진단을 받은 49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5.7%에서 균이 발견됐고, 균의 종류는 대장균이 60.6%로 가장 많았다. 당뇨병을 동반한 경우는 20.2%, 요로계통 이상자는 9.1%에 불과했다.
계절별 발생 빈도는 여름이 전체의 39.3%로 가장 많고, 이어 봄(22.3%) 겨울(19.3%) 가을(19.2%) 순이다.
봄, 여름에 급성 신우신염이 주로 발생하는 것은 꽃놀이와 바캉스 시즌으로 야외 활동이 많아지고, 기온 상승과 더불어 습도도 높아져 대장균 등 각종 세균이 번성하기 쉬운 때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더운 날씨 속에 잦은 야외 활동으로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탈수를 일으키기 쉽고, 이로 인해 소변이 농축돼 배뇨 횟수가 줄어들면서 신우 점막의 저항력도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신우신염은 또한 여성과 65세 이상 노인들에게서 자주 발생한다. 환자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19.8%, 여성이 87.9%를 차지할 정도. 여성은 소변이 나오는 요도의 길이가 남성보다 짧은 만큼 세균이 요로를 거쳐 신우까지 침투할 우려가 크다.
◇옆구리 통증에 고열과 오한이 동반되면 의심=신우신염에 걸리면 옆구리 쪽이 아프다. 통증의 정도는 환자의 옆구리를 손으로 툭 건드리기만 해도 신우가 염증 때문에 부어오른 상태여서 흠칫 놀랄 정도다.
몸살로 착각하기 쉬울 정도로 39도 안팎의 고열과 오한, 전신 근육통도 동반된다. 그러나 소변이 자주 마려운 게 몸살 증상과 다른 점이다. 이 교수는 “화장실에 자주 가더라도 소변 양이 많지 않고 개운하지 않다면 신우신염을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우신염은 세균 감염에 의한 것이므로 항생제를 투약하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심할 땐 이틀 정도 항생제 주사를 맞은 뒤 항생제를 추가 복용해야 한다. 보통 병원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는 기간은 1주일, 총 투약 기간은 3주 정도다.
주의할 것은 급성 신우신염을 몸살감기로 오인해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일단 낫더라도 재발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 또 이렇게 재발을 반복하다 보면 콩팥이 쪼그라들어 만성 신부전증으로 진행되거나 패혈증을 합병할 위험이 높아지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급성 신우신염은 가급적 초기에 제대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젊은 여성이 임신 중 신우신염에 걸리게 되면 조산할 위험도 커진다. 이 교수는 “신우신염은 생활습관을 잘 들이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라며 “무엇보다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엔 물을 자주 많이 마셔 소변이 자주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변을 너무 오래 참아서도 안 된다. 그만큼 노폐물이 몸에 쌓여 쉽게 피로해지기 때문. 피로 해소 효과가 높은 항산화성분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을 자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