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신용등급 하락 차분하게 대처해야

입력 2011-08-07 17:44

전후 최상급을 유지해오던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사태가 발생해 또 다시 국내외 금융시장에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은 1941년 진주만 공격으로 미국이 2차대전의 회오리에 본격적으로 휘말린 후 7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미 신용등급 하락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게 두 방향으로 요약된다. 우선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가다.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언제나 투자 1순위였던 미 국채의 지위가 흔들림으로써 투자의 불안정성이 높아진 셈이다. 당연히 달러화 가치의 변동성도 증가한다. 일각에서는 미 국채 투매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미국의 더블딥 우려와 유럽발 재정위기 문제 등이 겹치면서 폭락 사태를 겪었던 세계 주식시장이 다시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보다 큰 문제는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다. 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유는 미 정치권이 최근 채무한도 증액을 결정하면서 증세 문제에는 합의하지 못해 재정 건전성 문제가 불식되지 않은 때문이다.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서는 양적완화 조치가 필요하지만 미 중앙은행이 재정이 악화된 상태에서 달러화를 풀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이는 유럽의 재정위기를 확대시킬 전망이다. 미국 경제와 연관성이 강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당연히 악영향을 받게 된다.

하지만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의 발행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 국채는 여전히 가장 안정적인 투자자산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다른 국제신용평가기관은 미국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7월 고용지표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미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사인도 엇갈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려되는 것은 불안심리의 확산이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듯 근거 없는 경제심리 위축은 과도한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가 7일 긴급대책회의를 소집했다. 불안심리가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대책을 수립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내수 비중을 키울 수 있는 경제 체질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수출기업들도 환경변화에 대비한 적응력을 높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