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승욱] 캄보디아를 다녀와서
입력 2011-08-07 17:35
캄보디아에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물난리, 산사태, 한진중공업 노사갈등에다 미국발 더불딥 우려 등 어려운 경제현실이지만 올해도 인천공항은 붐비고 있었다. 이번 여름 성수기 동안 약 161만명이 해외로 나갈 것으로 예상돼 최고기록이 또 경신될 모양이다. 저개발국 여행객 중에는 단기 봉사팀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내가 탄 비행기도 각 교회와 NGO 등의 봉사단이 대부분 좌석을 채웠다.
수도 프놈펜에 가보니 정부청사 바로 뒤에 한일건설이 짓다 만 42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가 흉물스럽게 서 있었다. 프놈펜 한복판의 왕궁 근처엔 한글로 크게 ‘경북무역센터’라고 쓰인 건물이 있었다. 경상북도에서 자매결연하고 지어 주었다고 한다. 신공항, 고속도로 건설에도 한국인들이 투자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잘 알려진 캄코시티뿐만 아니라 앙코르와트 유적이 있는 똔레삽 호수의 수상마을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세워진 교회, 학교 등에서 한국인들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계 기획부동산들까지 뛰어들어 주택보급률이 15%에 불과한 캄보디아의 땅값을 2년 만에 5배 이상 올려놓았다.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부분 큰 손실을 입었다. 크게 지르고 보는 통 큰 한국인의 기질을 여기서도 보여주었다.
최근에 다녀온 미얀마, 몽골 등에서도 한국은 큰손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렇게 해외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경제가 성장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너무 많은 국부가 흥청망청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염려도 들었다. 해외 진출로 일자리가 없어져 청년실업이 사회문제가 되고, 5만명의 대학생들이 800억원에 이르는 빚 때문에 고통 받는 현실 속에서 해외에 돈을 흥청망청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선교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캄보디아에는 분권화된 개신교의 특성상 400명의 선교사들이 개교회별로 파견돼 즉흥적이고 산발적이었다. 휴가철이면 한꺼번에 몰리고, 이를 대행해주는 여행사들은 선교사 리스트까지 가지고 있다. 현지인 사이에서는 한국인들과 연결되어 있으면서 돈 못 벌면 바보라는 말이 돌 정도라고 한다.
가난한 이웃 나라를 돕고 복음을 전하는 일도 장기적이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캄보디아는 20대 이하가 전체 인구의 60%를 차지한다. 폴포트 정권의 학살로 지식층과 장년층이 거의 무력화됐다. 교육시킬 사람도 돈도 없다. 교사 급여가 너무 낮아 오전에만 수업이 이뤄지고, 오후에는 교사가 자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외수업을 해서 생계를 꾸려간다. 100여년 전에 우리를 도운 미국 선교사들처럼 우리도 교육과 의료지원을 통한 장기적인 선교를 해야 한다.
다행히 지난해 한국인들에 의해 헤브론선교병원이 70병상 규모로 세워져 현지인들에게 무료 의료봉사를 하고 있고, 바티에이국제대학 등 몇 대학들이 개교를 했거나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은 단기선교 형태의 단편적이고 개별적인 선교에 머물고 있어 투입되는 자원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많다. 그리고 기독교대학들도 아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가운데 세워지고 있다. 얼마 전 제5회 기독교대학학술대회에서 휘튼대학 리트핀 전 총장은 지난 17년 동안 총장 경험을 통해 기독교대학의 정체성에 대한 기조강연을 했다. 그는 기독교대학은 교회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기독교대학 안에 교회를 두고 채플시간이 있다고 해서 기독교대학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연구 중심의 일반대학과 달리 기독교대학은 교육 중심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기독교대학들도 아직까지 이러한 점에서 명확한 인식이 부족했었는데, 이제 새로 세워지는 제3세계의 기독교학교들은 설립목적부터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산발적이고 일회적인 지원방식을 지양하고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차원에서 교계가 서로 협력하여 선교와 지원이 이뤄져야 제한된 선교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김승욱(중앙대 교수·경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