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남중] 명망가보다 ‘다른 목소리’ 구해야
입력 2011-08-07 17:37
“정치는 매우 중요한 분야지만 정치를 할 거냐 말 거냐는 개인적인 선택이라고 봅니다. 직업을 통해 커뮤니티에 봉사하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죠. 그러나 나는 정치에 맞지 않아요.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기회를 통해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더 행복하고 내게 맞는다고 생각해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2008년 3월 MBC ‘100분 토론’ 200회 특집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손 교수만큼이나 집요하게 정치 진출 요구를 받는 시민운동가 박원순 변호사의 답변도 비슷하다.
“시민운동가는 대다수 국민의 지지, 적어도 국민 90%의 지지를 목표로 일합니다. 우리는 임기가 없는 것이고, 평생 헌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는 절반의 게임 아닙니까? 정치는 반대파도 있고, 임기도 있고, 그렇죠.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데 더 효율적일 수 있어요.”
안철수 서울대 교수는 요즘 여야로부터 구애를 받고 있다. 안 교수 부인인 김미경(서울대 교수)씨에게 2009년 “남편이 정치를 하겠다면 말리실 거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게 가장 적절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소모적이지 않을까요? 책 쓰는 게 남편에게 맞지 않나 생각해요.”
대중적 인기가 높은 명망가들에게 정치 권유가 이어지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정당들로서는 명망가들을 영입하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인재영입이 명망가 몇 명을 수혈하는 수준이어서는 곤란하다. 각 정당의 외연을 넓히고 약점을 보완하고 목소리를 다양화하는 ‘리빌딩’ 차원에서 인재영입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컨대, 민주당은 듬직한 경제 전문가가 필요해 보인다. 분배나 복지담론에는 강하지만 성장담론에 취약하다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안보 전문가도 필요하다. 나이든 세대들은 민주당의 안보관을 미덥지 않게 보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젊은 인재들을 구할 필요가 있다. 노동이나 복지 분야 전문가들이 그들이다. 또 시민운동 분야나 청년세대 전문가도 필요하다.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이들이 당내에 없어 보인다.
그런 점에서 최근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민주당 당적도 없는 노동 전문가 손낙구씨를 정책보좌관으로 영입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런 사례들이 많아질 때 정당은 대중의 관심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남중 차장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