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윤호중] 기후변화와 재해대책
입력 2011-08-07 17:44
기후변화는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간당 100㎜가 넘는 집중호우가 내린 서울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특히 서울에서도 살기 좋다고 소문난 우면산 자락 마을들은 많은 인명피해를 입었다. 앞으로 기후변화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누구도 이번과 같은 물 폭탄의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재해가 일어나면 인재냐 혹은 천재냐를 따지며 무엇이 원인인가를 찾게 된다. 이번 재해는 서울 서초구의 경우 3시간 최대 강우량이 164㎜로 100년 빈도인 156.1㎜를 넘어섰다. 인재라고 볼 요소도 있고 천재라고 볼 요소도 있어 논란이 일고 있지만 워낙 비가 많이 내렸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는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해 매년 산사태 피해를 입어왔다. 산사태 피해 면적을 보면 1980년대 연평균 231㏊, 90년대 349㏊, 2000년대 713㏊로 나타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1980년대에 비해 무려 3.1배나 증가했다. 집중호우 빈도의 증가만큼 산지토사 재해도 늘었다는 것이다.
산사태는 강우 인자가 주요 원인이지만 많은 비가 오더라도 무너지는 곳과 무너지지 않는 곳이 있다. 즉 지형, 지질 그리고 임상(林相:숲의 생긴 모습) 인자에 의해 산사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산사태가 발생하면 토사가 계곡의 바닥과 양쪽의 토석, 임목 등을 함께 쓸어가기 때문에 피해가 커진다. 이것을 토석류 피해라고 한다. 서울 서초구와 강원도 춘천은 산사태로 생긴 토석류가 집과 펜션을 덮친 것이다. 산지가 전 국토의 64%를 차지하는 우리나라에서 5000만 인구가 살기 위해서는 땅의 이용을 집약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땅은 한 치라도 개발해야 한다. 다만 지형을 살펴보지 않고 산에 너무 가까이 다가선 것이 피해를 키운 원인이었다.
산에 너무 다가가 피해 커져
재해가 발생하면 이를 계기로 무엇이 문제인지를 살핀 뒤 앞으로의 대책을 마련하게 된다. 일단 산을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 지형과 지질은 바꾸기 힘들지만 지상물 즉 임상은 바꿀 수 있다. 건강한 사람이 병에 안 걸리듯이 건강한 숲은 재해에 강하다. 하지만 우리의 산림은 60, 70년대 심은 일제림(一齊林)이 많아 대부분의 산림이 40살 정도 되었다. 따라서 곧게 가꾸기 위해 나무 사이에 솎아베기를 하여야 보다 건강한 산림이 된다. 산림이 건강하게 되면 흙을 암반에 고정시키는 파일효과가 늘고 뿌리가 서로 연결되어 망을 형성하여 흙이 무너지거나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게 된다. 그리고 산사태로 인한 토석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계류관리가 필요하다.
토석류 피해방지시설 가운데 가장 효과가 큰 것은 사방댐이다. 우리나라 산지에 5000개 정도의 사방댐이 건설돼 있지만 서울은 미관을 중요시 여기는데다 사유림이 많아 사방댐을 시공한 곳이 단 한 군데도 없다.
사방댐으로 산사태 방지 가능
구조물 대책 이외에 자주 언급되는 것이 경계피난이다.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산사태가 워낙 빨리 일어나고 이동도 급격해 미리 피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산사태가 나기 전 위험요인을 찾아 이를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전 징후로는 땅에서 물이 용출되거나 물이 흐르던 곳에서 갑자기 물이 끊기는 것, 그리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나무가 흔들리는 것 등이 있다. 그리고 이번처럼 비가 많이 온 직후 주변을 잘 둘러보면 보통 때보다 위험부위를 찾아내기가 훨씬 수월하다. 결국 자기가 살고 있는 주변을 잘 살피는 것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기상이변에 따라 토사재해가 늘 것이므로 우리가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어 관리해 나가야 한다. 지속적인 솎아베기 등을 통해 숲을 잘 가꾸어 가고 사방구조물에 토석이 찰 경우 즉시 준설해 줘야 한다. 또 위험성이 상존하는 토석류 피해지역에는 아예 시설물을 만들지 않도록 위험구역을 설정해 개발을 제한하는 제도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모든 계곡에 관리번호를 부여해 재해이력, 재해방지시설, 준설 등 시설관리이력 등에 대한 정보를 관리할 것도 제안하고 싶다.
윤호중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