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세상의 빛으로
입력 2011-08-07 17:43
……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의 《귀천》 중에서-
지난 한 주는 갑작스러운 목사님의 부음에 놀라움과 슬픔으로 뜨거운 눈물을 쏟으며 보냈다. 생명과 죽음은 동일선상에 어우러져 있으며 그것이 삶의 진실임을, 육체의 죽음은 끝이 아니고 본향으로 돌아가 안식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이별은 고통이다.
어느 날, 예배를 드리기 위해 계단을 오르는데 내려오시다가 미소와 함께 손을 잡아주셨는데 그 손길에서 그분의 따뜻한 성품이 느껴졌다. 가까이서 뵌 적 없이 언제나 회중 가운데서 말씀을 들었지만 내 삶에 큰 영향력을 끼친 소중한 분이다.
보통 사람으로서는 제 몸 건사하기도 힘든 큰 질병을 몇 개씩 갖고도 열정적으로 소명대로 임하시는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언제나 긍정의 에너지로 새로운 꿈을 꾸게 하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다른 이들의 마음과 영혼을 치유하는 치유자의 삶을 살아가시는 그분과의 만남은 내게 큰 축복이었다.
인생은 만남의 연속이다. 살아가면서 좋은 만남은 삶에 변화를 가져와 사람을 바꾸고 좋은 열매를 맺게 한다. 그분은 꿈이 현실을 극복할 수 있음을 믿게 해 주셨다. 그리고 긍정과 용서가 삶의 질을 달라지게 할 수 있음을 알게 하셨다. 자신만의 빛깔과 숨겨진 가능성을 찾아 인생의 방향을 바꾸고 그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인도하셨다.
언제나 새로운 꿈을 꾸며 새 영역을 창조해내신 그 분은 한 번뿐인 소중한 인생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소명대로 한 평생을 다 바쳐 많은 사람의 삶에 선한 영향력을 끼쳤고, 후대가 그 소명을 이어갈 것을 다짐하니 죽음조차 생명의 빛이 되어 세상을 밝힌다. 이런 삶이야말로 고귀하고 의미 있는 삶일 것이다.
오래오래 꽃을 바라보면 마음이 꽃이 된다고 했다. 그분을 오래오래 뵈면 조금이나마 닮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세상에 흩날리는 그분의 향기만이 남아 있을 뿐…. 너무 빨리 떠나셨다.
서로 보듬고 나누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더 깊이 사랑하라고 하신다. 언제나 청년 같은 열정으로 임하신 그분을 기억하며 나도 ‘이 나이에도 잘 할 수 있음’을 확인하며 살고 싶다.
안 해본 일에 대한 후회보다 제대로 해본 일이 없는 것이 정말 후회된다고 하니 하나라도 제대로 열정적으로 해봐야겠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벽을 허물고 세상에 다리를 놓아 주신 그분을 기억하면서….
김세원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