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다시 무대 서는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스토리는 뻔하지만 캐릭터가 변했다?

입력 2011-08-07 17:28


1983년 초연, 16차례 공연, 200만명 관람….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Guys and Dolls)’이 한국에서 세운 기록들이다. 윤석화 강효성 전수경 김선경 등 ‘아가씨와 건달들’을 거친 배우 목록만 해도 한국 뮤지컬계를 꽉 채울 만한 명단이다. 이 ‘아가씨와 건달들’이 2005년 공연 이후 6년 만에 다시 한국 무대에서 막을 올렸다. 이지나 연출은 5일 통화에서 ‘아가씨와 건달들’이 한국에서 유독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상투적이긴 해도 기승전결이 분명하고 탄탄한 이야기 덕분”이라며 “한국 관객들의 특징은 잘 짜여진 스토리 라인이 있는 뮤지컬을 좋아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2011년, 관객의 눈은 높아졌고 유수의 해외 콘텐츠들이 이미 한국에 소개된 상황이다. ‘아가씨와 건달들’은 이미 낡은 콘텐츠라 할 법도 했다. 그러나 프리뷰 공연이 열린 2∼4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는 열광의 도가니였다. 공연은 다음달 18일까지 지속된다.

◇탄탄한 원작, 달라진 인물들=‘아가씨와 건달들’의 흥행 비결로는 원작의 탄탄함이 우선 꼽힌다. 큰 줄거리는 관능적인 쇼걸 ‘아들레이드’와 얌전한 선교사 ‘사라’가 대책없는 도박꾼들을 사랑하게 되면서 빚어지는 소동 이야기다. 기본적으로 제각각 다른 성격을 지닌 인물들의 매력이 생생한 작품. ‘Guys and Dolls’, ‘Marry the Man Today’, ‘Luck Be a Lady’, ‘The Oldest Established’ 등 오랫동안 사랑받는 음악도 이 뮤지컬의 강점이다. 이 작품은 55년 말론 브란도와 프랭크 시나트라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 있다.

그렇더라도 관객들로 하여금 최고 13만원에 이르는 티켓을 구매하게 하려면 16차례나 되풀이된 예전과는 다른 미덕을 지닌 공연을 선보여야 했다. 숱하게 공연된 이 작품도 2000년대에 이르러선 ‘식상해졌다’는 평이 나오고 있었기 때문. 청순하고 정숙한 선교사 역할에 육감적인 매력이 도드라지는 정선아가 캐스팅됐을 때부터 변화의 방향은 감지됐다. 이 연출은 “‘사라’의 애인인 남자 주인공 ‘스카이’는 표준적인 인물로, ‘사라’는 예전보다 훨씬 능동적인 캐릭터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주인공 ‘아들레이드’의 파트너로 등장하는, 승부를 즐기는 도박꾼 ‘네이슨’은 이번 공연에서 철없는 연하남으로 변신했다.

커다란 줄거리는 원작과 다름없이 흘러가지만 장면마다 조금씩 변화를 줬다. 해피엔딩을 유지하긴 했지만, 결말의 메시지도 다소 냉소적으로 바뀌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로 현대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게 연출의 변이다. 1929년 대공황기의 뉴욕이라는 배경은 이번 공연에선 장식 정도의 의미밖에 없다.

◇화려한 캐스팅에 관심 집중=달라진 작품에 대한 객석의 호응은 열렬했다. 코미디가 강화된 설정과 대사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프리뷰 공연이 열린 첫째 주 예매율도 97% 정도로 이 작품을 둘러싼 세간의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공연 둘째 주 예매율은 80% 수준. 원작의 명성에 덧붙여, 옥주현 정선아 김무열 김영주 이율 등 뮤지컬계 스타 배우들이 캐스팅된 데 따른 결과다. 제작사인 CJ E&M측은 “젊은층 관객뿐 아니라 80년대에 작품을 접한 중장년층의 관심도 끌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