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조작·변형 복제인간은 하나님에 대한 도전… 기독인, 침묵 깨고 진실 알려야”

입력 2011-08-07 17:55


생물·유전학 권위자 양재섭 대구대 일반대학원장

1930년대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30세였다. 그렇다면 현재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월 발표한 ‘2011세계보건통계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출생아를 대상으로 예상한 평균 기대 수명이 80세. 무려 50년이 늘어난 것이다. 페니실린이 발견되고 지속적으로 생명·유전공학이 발전하면서 인류는 각종 난치병을 점점 극복하고 있다. “여기까지 보면 과학자들이 참 칭찬 받을 만하죠. 하지만….” 지난 4일 동대구역 대합실에서 만난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장 양재섭(64·대구효목교회 장로) 교수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끝을 흐렸다. 양 교수는 생물학과 유전학을 전공한 과학자다.

그는 2002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에서 기획한 ‘생명살리기운동’에 전문위원으로 참가했다. 예장 통합에서 발간한 ‘하나님 나라와 생명살림’(한국장로교출판사)에서는 평신도 대표 필진이었다. 당시 그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과학을 감시하고 잘못된 것에 반드시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교수는 생명을 다루는 과학이 올바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생명은 기본적으로 다양성과 예측불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만드신 거죠. 그러나 최근 10여 년 전부터 과학자들은 이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특정 유전자를 조작·변형·제거해서 이른바 ‘맞춤인간’을 만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복제인간’까지 창조하려 합니다.”

양 교수는 인간의 탐욕 때문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한다고 했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과학자들이 인간의 생명을 존엄의 대상이 아니라 이윤의 대상으로 보게 된 것입니다. 인간이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했습니다. 성장이 멈추지 않은 어린아이에게 이식한 세포가 잘 자라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성장이 멈춘 성인에게 이식한 세포가 계속 자라다보면 암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양 교수는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2004년 교양강좌로 ‘생명윤리학’ ‘과학사회학’ 강의를 개설했다. 그는 제자들에게 과학자는 돈보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 “졸업 후 제자들이 ‘돈의 유혹에 흔들릴 때마다 교수님 말씀을 떠올리며 생각을 바로잡았다’는 연락을 해옵니다. 참 감사한 일이지요.”

그는 최근까지 한국생물학회 등 각종 학회를 돌며 ‘생명과학자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란 주제로 강연을 펼쳐왔다. 많은 과학자들이 그의 의견에 동조했다. 2008년엔 한국유전학회 회장을 지냈다.

양 교수는 5살 때 오른쪽 다리에 관절염을 앓았다. 수술까지 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당시의 열악한 의술로는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결국 장애로 남았다. 그러나 독실한 신앙인이던 부모는 그를 사랑으로 감쌌다.

“어머니는 늘 ‘하나님은 너의 아픈 다리까지도 사랑하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 말이, 그 믿음이 엄청난 힘이 됐죠. 장애는 저로 하여금 사람의 몸과 생명에 대한 흥미를 갖게 했습니다. 자세히 알고 싶어 생물학과 유전학을 전공하게 됐습니다.”

40여년 전 하나님의 응답은 생명에 대한 그의 신념을 더욱 확고히 해 줬다. 1968년 ‘만물을 새롭게’라는 주제로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가 스웨덴 웁살라에서 열렸다. 사회구원의 개념으로 크리스천의 사회 참여를 독려했던 총회 분위기가 한국에도 전해졌다. 당시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이 수원의 서울 농대 캠퍼스에서 대학생 800여명, 교수 6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을 새롭게’라는 주제로 집회를 개최했다.

양 교수는 영락교회 대학부 회장으로 그 집회에 참석했다. 그는 교회로 돌아와 ‘영락을 새롭게’란 주제로 수련회를 갖자고 제안했다. “크리스천들이 교회 안보다 밖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서 우리 대학생들이 나아갈 방향을 하나님께 여쭤보는 게 급선무라고 판단했습니다.”

제안은 받아들여졌다. 서울 수유리 영락기도원에서 대학부 학생들이 각자의 전공책을 가져와 4박5일간 기도의 제단을 쌓았다. 전공을 통해서 사람들을 살리자는 결단을 한 것이다. 그때 양 교수는 ‘세포생물학’이라는 책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받은 응답 구절이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 즉 사망을 낳느니라”는 야고보서 1장15절 말씀이었다.

“생명은 하나님의 영역입니다. 그것을 소중히 여기라는 응답이었죠. 인간의 욕심으로 생명을 변형하고 조작하는 것은 곧 하나님에 대한 도전입니다. 우리 크리스천이 깨어 진실을 알려야 합니다.”

대구=글·사진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