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정신 질환

입력 2011-08-07 19:11

암 못지않게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한 질환인데도 그게 잘 안되는 질환이 있다. 바로 정신질환이다.

암은 조기 발견 여부에 따라 생존율에서 차이가 큰 것처럼 정신질환도 조기 발견할 경우 치료 효과가 좋다. 하지만 정신질환은 치료를 받아야 할 질병이 아닌, 스스로의 정신력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라는 잘못된 인식 탓에 병을 키우는 사례가 많다.

5년마다 발표되는 보건복지부의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2006)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3명이 평생 한 가지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중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및 상담을 받는 사람은 단지 11.4%에 불과하다. 무려 88.6%의 환자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데도 어떤 치료도 받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가장 큰 이유는 정신과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회적 편견이다. 정신질환자라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환자나 보호자가 모두 질환을 숨기기에 급급한 것이다.

정신질환은 조기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 치료에 잘 반응을 하지 않는 만성화 상태가 되기 쉽다. 결국 치료 효과가 떨어지다 보니 정신질환은 치료가 잘 안 된다는 선입견이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해 병원을 찾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제로 서울시정신보건센터가 2007년 서울 시내 병원의 정신질환 진단 환자 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상을 느낀 후 첫 치료를 받기까지의 기간(DUP)은 약 84주가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밴쿠버 56주, 뉴욕 52주, 버밍엄 30주에 비해 훨씬 길다.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질병이 생겼는데도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기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가 훨씬 더 길다는 얘기이다.

모든 정신질환 문제는 기본적으로 뇌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따라서 조기 발견에 따른 치료로 질환의 만성화를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주변에 아는 사람, 가족, 친지들 중 정신질환 문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있다면 가능한 한 빨리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도록 도와야 한다. 복잡하고 다양한 정신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선 약물치료와 함께 정신과 전문의와의 면담을 통한 심리상담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신질환은 증상이 나아진 것 같아도 상당기간의 유지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치료를 중단하고 싶을 때도 반드시 의사와 상의 후 결정해야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울증은 물론 정신분열병과 조울증이 특히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한 질환이다.

사회적 편견이나 정신과 진료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조기치료의 기회를 놓치게 되면 환자 개인의 정신적 피폐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되므로 특별한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