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고뇌’ 직접 느껴보세요… 사비나미술관 ‘스터디’展
입력 2011-08-07 17:28
전시 제목이 ‘스터디(STUDY)’라고 해서 미리 주눅들 필요는 없다. 공부는 관람객의 몫이 아니라 작가들의 역할이니까. 관람객들은 독자적인 탐구방법으로 작업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편안하게 감상하면 된다.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이 9월 2일까지 여는 여름기획전은 예술에 대한 본질적인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해온 국내외 작가 10명의 작업 과정을 살펴보는 전시다.
색에 대해 연구하는 고낙범 작가는 “나에게 색은 아이디어를 보여주기 위한 언어수단”이라고 말한다. 노란 색의 ‘모닝글로리(나팔꽃)’와 피부색의 ‘스킨’ 등 작품이 작가 특유의 색채 감각을 보여준다. 김명숙 작가는 명화를 통한 작가정신을 탐구한다. 밀레의 ‘키질하는 사람’을 모사한 그의 작품은 “노동은 나의 강령이다”라고 말했던 밀레의 태도와 정신을 엿보게 한다.
김정욱 작가는 낯선 인물 그림으로 자신의 내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임영길 작가는 ‘철학적인 물’ 등 작품을 통해 전통에 바탕을 둔 다양한 실험을 한다. 10년 전 작업과 최근작을 나란히 보여주는 양대원, 침목으로 제작한 사람 형상 조각을 출품한 정현, 다양한 방식으로 리서치한 데이터로 현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박혜수 등 작가들의 작업 주제는 ‘인간’이다.
움직이는 조각으로 유명한 알렉산더 칼더는 어릴 적 봤던 곡예사의 동작에서 모티브를 얻어 모빌 조각을 창안했으며, 아일랜드 출신의 프란시스 베이컨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옆에 있는 형상들의 세 습작’ 등 인간 내면의 폭력성을 다루었다. 헝가리 출생의 빅토르 바자렐리는 그림을 보는 망막의 움직임을 연구했다. 어떤 과정을 거쳐 명화가 탄생했는지 직간접으로 체험할 수 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나는야 공부하는 어린이 예술가!’ ‘나는 미술관에 점심 먹으러 간다’ 등이 마련된다(02-736-4371).
이광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