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명 독도 방문 그 자태를 화폭에… 서울 한전아트센터 ‘독도를 그리다’展

입력 2011-08-07 17:28


일본 정치인들의 잇단 망언으로 독도 문제가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 5월 12일, 한국의 예술인 100여명이 독도에 갔다. 독도문화심기운동본부(본부장 이종상·서울대 명예교수)와 미술평론지 미술과 비평(발행인 배병호)이 ‘독도에 문화를 심자’라는 주제로 마련한 행사였다.

출발은 쉽지 않았다. 5월 11일 태풍의 영향으로 궂은비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 3m가 넘는 파도를 뚫고 울릉도에 겨우 도착했다. 울릉군청 회의실에서 독도문화심기 춘계세미나를 가진 이들은 다음날 독도행을 앞두고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드디어 날이 밝았다. 다행히 맑은 날씨였다. 출항 후 멀리 희미하게나마 독도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모두들 “아!”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장관이었다. 마침내 독도에 발을 내디뎠다. 배가 독도에 정박하는 시간은 30분 남짓.

수십 년 동안 독도지키기 문화운동에 매달려온 이종상 본부장의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바닥에 화선지를 깔고 붓에 먹을 듬뿍 묻혀 그림을 그리는 이 본부장의 모습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파도와 갈매기 소리만이 정적을 깨우는 가운데 독도의 형상이 드러났다. 박수와 환호로 퍼포먼스는 마무리되고 예술인들 각자 마음속에 우리 땅 독도에 대한 영감을 간직하고 울릉도로 되돌아갔다. 그리고 이날 밤, 독도에 관한 또 하나의 기록을 그림으로 남겼다.

이들이 독도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이 오는 12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서초동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1·2층에서 전시된다. ‘독도를 그리다’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전시에는 신진작가부터 중진까지 회화 사진 조각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아름다운 독도 그림 외에도 이에 관련된 각종 문헌 정보가 함께 전시돼 독도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이 본부장의 ‘독도의 기’ 연작은 바다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독도의 웅혼한 기운을 느끼게 한다. 극사실 정물화로 유명한 구자승 화백의 작품 ‘독도’는 코끼리 바위의 비경을 정갈한 붓질로 보여준다. 홍석창 화백의 ‘독도의 여름’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야욕에도 아랑곳없이 언제나 늠름한 자태의 독도를 표현했고, 선학균 화백의 ‘독도는 부른다’는 절경의 섬을 부채에 그렸다.

이번 전시는 예술인들이 한데 모여 그림과 사진 등 부드러운 예술의 언어로 독도가 우리 땅임을 분명하게 밝히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전시를 기획한 미술과 비평 배병호 발행인은 “최근에도 일본 의원 일부가 한국에 입국해 추방되는 해프닝을 벌인 적이 있었지만 독도에 대한 전 국민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독도 사랑이 널리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02-2231-4458).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