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던 우유대란, 결국 눈앞에 닥쳤다

입력 2011-08-05 21:41


우유대란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원유(原乳) 가격 인상폭을 두고 진통을 겪어온 낙농가와 우유업체 대표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한국낙농육우협회와 우유업체 대표들은 5일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다. 낙농협회 측에서 제시한 ℓ당 173원 인상안과 우유업체 대표들이 제시한 ℓ당 81원 인상안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자 8차 협상에서 정부 측 낙농진흥회는 ‘ℓ당 103원 인상’과 ‘ℓ당 119원 인상’ 등 두 가지 중재안을 내놓았다. 양측은 중재안에 대한 내부 검토를 마친 뒤 오후 4시 9차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낙농협회 측은 “내부 의견을 수렴한 결과 ℓ당 173원 인상을 요구하는 입장을 유지키로 했다”며 “10일부터 무기한 납유 거부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우유업체 대표들도 중재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다.

협상이 실패함에 따라 낙농진흥회는 6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향후 일정과 절차에 대해 협의키로 했다. 이사회는 당장 원유 가격 인상폭을 결정하기보다 협상 시한을 연장할 것으로 보인다. 낙농진흥이사회 윤성식 위원장은 “양측의 의견을 좁히지 못해 안타깝지만 협상을 연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협상이 결렬되자 우유업체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부분의 우유업체에서 하루 분량의 원유를 비축해 두고 있어 지난 3일 하루 동안 원유 공급이 중단됐음에도 큰 타격이 없었다. 그러나 낙농가의 무기한 납유 거부가 현실화될 경우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낙농가에서 납유를 거부하면 대안이 없기 때문에 우유 공급에 심각한 차질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이틀만 원유 공급이 안 돼도 우유 제품을 생산하는 데 문제가 생겨 큰일 난다”고 우려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협상이 시한 내 잘 마무리되길 바랐는데 실패해 안타깝다”며 “10일까지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아직 원유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에 대해 대책을 세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남양유업 측도 “납유 거부가 10일부터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제품 생산을 줄일 계획은 없다”며 “추가 협상이 이뤄질지 일단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6일부터 낙농진흥이사회가 적극 개입할 계획을 밝힌 만큼 곧 타협점을 찾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오정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은 “소위원회 협상에 성과가 없을 경우 관계법령에 따라 소비자단체와 정부가 공식 참여하는 낙농진흥이사회에서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