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共 경호실장 지낸 안현태 실형 받고도 국립묘지 간다
입력 2011-08-05 21:34
국가보훈처가 5일 제5공화국 청와대 경호실장을 지낸 안현태씨를 국립묘지에 안장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립묘지에 안장될 경우 5공 인사로는 1997년 유학성 전 중앙정보부장 이후 두 번째다.
보훈처는 국립묘지안장대상심의위원회를 열고 지난 6월 25일 사망한 안씨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키로 의결했다. 보훈처는 안씨가 1997년 특가법(뇌물과 뇌물방조) 위반으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았으나 64년 베트남전에 참전하고 68년 1·12사태 때 무장공비를 사살해 화랑무공훈장을 받는 등 국가 안보에 기여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육사 17기인 안씨는 하나회 출신으로 육군 소장으로 예편했으며 5공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형을 살았다.
국립묘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에 따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위원회 심사를 거쳐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다. 보훈처는 그간 상습도박·무고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거나 사기죄로 징역형을 받은 국가유공자도 안장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왔다. 이 때문에 뇌물죄로 실형까지 산 안씨의 국립묘지 안장을 의결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율곡비리’ 등 각종 비리로 복역했던 예비역 장성들의 국립묘지 안장 요청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보훈처 안팎에서는 이번 심사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심의위원회가 정식으로 회의를 열지 않고, 서면 심의로 대체해 안장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심의위원 15명 가운데 9명만이 의견을 제출하고 나머지 6명은 의견을 내지 않았으며 이 중 민간위원 3명은 사퇴 의사까지 밝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훈처 관계자는 “심의위원회가 두 번이나 (안씨 안장 여부를) 심의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서면 방식을 택한 것”이라며 “규정상 8명 이상 참석하고 참석 인원 3분의 2가 찬성하면 의결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해명했다.
5·18 관련 단체들은 이번 결정에 강력 반발하며 효력을 정지시키기 위한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5·18기념재단 송선태 상임이사는 “국립묘지 안장 결정은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으려고 했던 과거사 청산 노력을 부정하는 반역사적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국민을 학살하고 집권했던 5공 세력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라며 “5·18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국가유공자가 돼 역사를 31년 전으로 되돌리는 격이어서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광주=이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