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금요일 충격파] 佛·獨·스페인 정상 통화 ‘공조’ 논의
입력 2011-08-06 00:24
전 세계 증시 폭락의 배경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채무상환 능력에 대한 근본적 불신이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 고용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나 유럽 증시는 다소 진정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시장의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잠재우기 위해선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를 포함한 조치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탈리아·스페인 빨간불=유로존 내 경제 규모 3위인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독일 국채(분트) 수익률 차이인 스프레드가 사상 최대치로 벌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4일 보도했다. 두 국채의 스프레드는 392bp(베이시스포인트·1bp=0.01%)를 기록해 1999년 유로 출범 이후 최대치로 벌어졌다. 스페인 국채 10년물 스프레드도 400bp를 기록했다. 국채의 수익률이 높아졌다는 것은 위험도가 그만큼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벨기에도 국채 수익률이 높아져 재정 위기 가능성이 대두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위기 안정을 위해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매입을 3월 이후 다시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국채에만 한정된 것으로 알려져 시장에 미치는 효과는 미지수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내년 1월까지 역내 은행들에 필요한 자금을 무제한 공급키로 했다”고 밝혔다.
◇유럽 정상 긴급 대책 논의=유럽연합(EU)은 사태 진정에 나섰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 담당 집행위원은 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정도의 상황은 아니며 그렇게 방치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요 7개국(G7)이나 주요 20개국(G20) 차원의 국제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4일 트리셰 총재와 이야기를 나눈 데 이어 5일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와 전화 통화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EU 정상들은 지난달 21일 EFSF를 ‘유럽판 국제통화기금(IMF)’으로 확대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일부 회원국 의회에서 이에 대한 비준이 이뤄지지 않아 빨라야 연말에나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유로존 핵심 국가도 흔들리는 상황”이라며 각국에 신속한 행동을 촉구했다. 일본과 중국 정부 관계자들도 일제히 “위기 대응을 위해 세계 각국이 협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