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금요일 충격파] ‘D의 공포’ 증폭… 美→유럽→亞증시 추락 ‘도미노’
입력 2011-08-06 00:25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검은 금요일’의 충격에 빠진 것은 미국과 유럽이라는 전 세계 경제의 양대 축이 흔들리면서 투자자들의 심리적 불안이 극에 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불안은 아시아 등 전 세계 주식 시장을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가 7월 고용지표 개선 효과에 힘입어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더블 딥(경기 침체 뒤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현상) 공포가 완전히 사라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더블 딥 공포 극에 달해=미국 언론들은 4일 증시가 폭락하자 ‘댐이 무너졌다’ ‘증시가 자유낙하하고 있다’는 표현을 썼다. 이날 폭락으로 뉴욕 증시의 주요 3개 지표는 연초 대비 마이너스(-) 영역으로 들어갔다. 시장의 공포감을 보여주는 VIX지수(S&P 500 지수옵션의 향후 30일간 변동성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나타내는 지수)는 30을 넘었다.
미국 증시가 폭락한 가장 큰 이유는 더블 딥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세금은 늘리지 않으면서 재정적자 감축만을 요구한 미 정계의 채무한도 협상 합의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돈을 풀 수 없게 돼 투자자들이 경기 전망을 비관적으로 보기 시작한 것 같다. 뉴욕타임스(NYT)는 “애널리스트들은 미 정부가 수년간 강도 높은 긴축재정을 실시해야 하므로 증시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지난 2일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이 가파르게 오르는 등 유로존 국가의 채무위기가 다시 부각된 점이 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향후 경기 부양을 위해 3차 양적완화 등 추가 조치를 할 가능성이 확실치 않은 것도 증시 폭락에 영향을 미쳤다.
◇7월 고용지표 개선=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5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긍정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7월 중 일자리는 11만7000개가 새로 생겨났고, 실업률은 9.1%로 전달에 비해 0.1% 포인트 하락했다.
이번이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에 비해선 덜 심각하다는 시각도 있다. VIX지수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덜 하락했고, 은행이 건재하다는 점에서 금융위기와 같은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리나 아가왈 조지타운대 교수는 “2008년과 달리 금융권이 망가진 게 아니고 경기 침체로 인해 신뢰가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까지 덮친 공포=더블 딥 공포는 기초 체력이 약한 아시아 증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에 달하는 국가부채로 재정 상황이 최악이다. 기업들도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소비 부진과 엔고 현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간 나오토(菅直人) 정권은 내분과 정책 추진력 부족 등으로 리더십을 상실한 처지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 달리 일단 외풍에 강한 모습이지만 방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금융위기 후 수출 중심 경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경제구조 조정을 강도 높게 진행하고 내수시장을 꾸준히 확대해왔다. 그러나 최근 계속된 통화 긴축으로 GDP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데, 여기에 외부 충격이 더해지면 경기의 경착륙 또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김준엽 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