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시장 패닉, 근본 처방 나와야
입력 2011-08-05 17:43
대형 악재들로 세계 경제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특히 국내 주식시장은 4일째 폭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치솟았다. 최근 4일 동안 시가총액 139조원이 공중으로 사라지는 등 국내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다.
세계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겪는 것은 미국 경제의 더블딥(이중 경기침체) 우려, 유럽 재정 위기 확산, 일본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중국의 긴축재정 등 대형 악재가 동시다발로 불거졌기 때문이다. 쉽게 해소될 악재들이 아니어서 심각성을 더해준다.
미국이 재정적자 감축과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막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미국이 초긴축재정으로 돌아서면 경기회복이 지연되기 때문에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소비, 고용, 생산, 성장률 둔화를 알리는 지표가 쏟아지고 있어 미국이 추가 양적완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세계 경제를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할 수 있다.
게다가 그리스에 이어 유로권 경제 3, 4위인 이탈리아와 스페인마저 재정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일부 국가들에 대한 국채 매입을 재개했지만 시장의 공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본은 수출 경쟁력 악화를 우려해 외환시장에 개입했고, 중국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지갑을 닫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미국이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부가 경제 전망을 신중하게 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안이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해외 충격이 수출 급감→수출기업 채산성 악화→내수 부진으로 이어지는 충격파를 최소화해야 한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에 집중된 수출입선을 인도 브라질 등 신흥 아시아·중남미 국가로 다변화하기 바란다.
국제통화기금(IMF)이 5일 “한국 경제는 수출이란 단일 성장동력에 의지하고 있어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면서 비교역 부문의 활성화를 주문했다.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정부는 고용의 70%가량이 비교역 부문에서 나오고, 이 부문의 생산성 증가가 가계수입 증가, 부채 감소, 제조·서비스 부문의 양극화 경감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서비스 부문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과감하게 유인책을 내놓아야 한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행법안을 오는 9월 중 처리하기로 한 만큼 우리나라 야당도 정치 공세를 접고 비준안 처리에 협력해야 마땅하다. 지난달부터 발효된 한·유럽연합(EU) FTA는 교역량 증가와 물가 안정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 한·미 FTA는 한·EU FTA보다 수출 증가, 투자 활성화, 일자리 확대 등 한국의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데 더 영향을 미친다. 정부와 여당은 한·미 FTA 처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아울러 정부는 주요 국가들과의 긴밀한 정책 공조, 초단기 자본의 유·출입 규제 방안, 기축통화의 다변화 가능성에 대한 대안, 가계 부채 해소 방안, 수출입업체 지원책 등 장·단기 대책을 마련해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변동성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