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회사별로 정치인 로비 할당한 전경련

입력 2011-08-05 17:39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정부와 정치권의 반(反) 대기업 정서나 이와 관련한 입법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대기업별로 접촉할 정치인을 배정한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기업 이익을 옹호하는 전경련이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옥죄는 법안 등을 반대하거나 반 기업정서의 확산을 막는 노력은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각 기업에 로비 대상을 할당하고 방법을 제시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국회가 총수를 증인으로 채택하면 출석하지 않고 해당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대신 나간다는 방침 등은 어안이 벙벙하다. 물론 여야 정치인들이 마구잡이식으로 총수를 불러내 망신주기 청문회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설사 정치권이 상식 이하의 행태를 보이더라도 국민의 대표기구인 국회에 나가 당당히 입장을 밝히는 것이 옳다.

국회 지식경제위 등 4개 상임위를 중심으로 로비가 강화돼야 한다고 적시한 부분에서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전경련이 청와대 고위인사를 직접 맡고 삼성 등 주요 그룹에는 여야 대표, 각 상임위원장 등을 배정한 것은 치졸하게 비친다. 청와대나 정치권에 할 말이 있으면 당당하게 면담을 신청하면 될 일이지 남이 안보는 으슥한 곳에서 만나 로비를 하려는 것은 다른 의도가 숨어있다고 보게 만든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시절 돈다발을 갖다 바친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과 법원을 들락날락거린 기억을 전경련은 잊었는가. 사과박스에 현금을 싣고 가거나 차떼기로 정당에 돈을 바친 일이 엊그제 인데 정경유착이라는 폐습을 다시 시작할 것인지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