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 감독 김한민 “칼 아닌 활 전면에 내세워 민족 수난사 되돌아봅니다”
입력 2011-08-05 17:36
액션 사극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영화가 나왔다. 오는 10일 개봉되는 ‘최종병기 활’이다.
50만명이 청나라에 포로로 끌려간 병자호란 직후를 배경으로 조선의 신궁(神弓)과 청나라 정예부대 군사들이 벌이는 활의 전쟁을 그린 영화다.
총제작비 90억원이 들어간 영화의 줄거리는 이렇다. 인조반정 때 가족이 몰살당하는 현장에서 여동생 자인(문채원)을 데리고 빠져나온 남이(박해일)는 은거하며 조선 최고의 궁사로 자란다. 병자호란이 발발, 유일한 혈육인 자인이 청나라에 끌려가자 남이는 아버지가 남긴 활을 들고 적진으로 뛰어들어 쥬신타(류승룡) 등 청의 정예부대원들을 물리치고 자인을 구출해 낸다.
칼이 주가 되고 활이 보조이던 기존 작품들과 달리 이 영화는 활을 전면으로 끌어내 박진감 넘치면서도 색다른 빛깔의 사극 액션을 보여준다.
연출은 맡은 김한민(42) 감독은 지난 1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이 영화가 한국영화의 다양성에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독창적인 액션 사극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묻어있는 발언이었다.
김 감독은 2007년 첫 장편 ‘극락도 살인사건’으로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과 각본상을 거머쥔 충무로의 기대주다. ‘최종병기 활’은 ‘핸드폰’(2009)에 이은 그의 세 번째 장편.
시사회 다음 날인 2일 서울 한남동 영화홍보사 사무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활이 주가 되는 영화는 ‘최종병기 활’이 아마 세계에서도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활터를 늘 지나 다녔다. 활시위의 당김과 화살이 과녁에 꽂히는 원초적인 소리에 쾌감과 스릴을 느꼈다. 병자호란 직후 우리민족의 수난사를 활을 주제로 풀어 가면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김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고 만들면서 우리 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보람있고 즐거웠다고 털어놓았다. 남이가 위기의 순간 직접 만들어 사용한 애깃살과 쥬신타가 쓰는 둥근 부채살 모양의 육중하고 파괴력이 큰 육량시는 그 시절 실제 사용하던 화살이었다고 한다.
김 감독은 “촬영 일정이 촉박한 데다 산비탈을 전력 질주하고 협곡을 건너뛰며 쫓고 쫓기는 장면들이 많아 배우들이 무척 힘들었을텐데도 무사히 촬영을 끝낼 수 있어 다행이었다”며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특히 ‘극락도 살인사건’ 이후 4년 만에 호흡을 맞춘 박해일에 대해서는 “사극과 본격적인 액션 연기는 처음인데도 잘 해냈다. 몸을 잘 쓰는 배우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충남 태안 신두리 해안에서 촬영한 엔딩 신(마지막 장면)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이 휘어져 숨어있는 목표물에 명중하는 ‘곡사(曲射)’의 묘미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김 감독은 역사적 고증에도 각별히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청나라 군사의 복장은 물론 이제는 거의 사어(死語)가 되다시피 한 만주어를 대사로 적극 사용한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고 했다.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이 사용하던 만주어는 어미나 어순이 한글과 많이 닮았어요. 지금은 중국 현지에서도 사용하는 이가 거의 없는 사어나 마찬가지인데 영화의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대사로 과감하게 사용했지요.”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우리민족의 불굴의 정신을 담아내는 영화들을 기획하고 있다는 김 감독은 흥행을 자신하느냐는 질문에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말로 답했다.
“우리민족의 수난사도 되돌아보고, 활의 매력도 흠뻑 느낄 수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 작품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관객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일만 남은 거죠.”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